세상사는 이야기-어머니, 나의 어머니!(1)
세상사는 이야기-어머니, 나의 어머니!(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07 14:4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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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수필가
김창동/수필가-어머니, 나의 어머니!(1)

겨울 끝자락 봄의 문턱에서 이런저런 스토리들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지난날의 아름답던 일들과 보고픈 이들이 새록새록 몹시 생각난다. 이맘때 생전 궂은일 다하시던 어머니가 보고 싶고 사무치게 그립다.

꽃비 내리던 어느 날, 그리움과 회한의 한 조각 가슴에 안고 6년 전 새로운 세상으로 긴 여행을 떠나신 어머니가 홀로 사시던 시골 고향 집엘 들렀다. 오랜 세월 주인 없이 방치되어 폐가나 다름없는 모습에 울컥하며 아직도 어머니의 삶의 손때가 오롯이 묻은 흔적들을 보며 사진 속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떠나간 사람의 눈빛이 남은 사람의 상처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자식들에게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며 공을 들였건만 평생 고생만 하시고 효도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떠난 어머니의 얼굴이 천장에 먼지가 낀 형광등과 겹쳐졌다. 나는 천장을 한참 올려다봤다. 그렇다고 눈물이 감춰지지 않았다. 순간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5남 2녀 형제 중 막내인 나를 편애하다시피 사랑하셨고 지금까지 여러 모로 고생은 많이 했지만 어머니의 큰 사랑이 나를 항상 덮어 줘 대개는 배부른 고생으로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젖어드는 외로움은 그냥 인간이면 누구나가 가지는 근원적인, 외로움이니 받아들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외로움에 떨고 모성애를 자극하는 것은 유년 시절에 일단의 원인이 있을 것도 같다. 1960년대 보릿고개 시절은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어머니는 생활고 때문에 항상 바쁘셨다.

내가 살던 곳은 김해 한림면 안하마을의 병풍처럼 둘러싸인 굽이굽이 산모룽이 가자골 깊은 두메산골 외딴집이었다. 면 소재지에서 6km쯤 떨어진 산골짝이었다. 어머니는 경북 김천에 큰아버지가 살고 있어 그곳에서 멸치 젓갈이 담긴 무거운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종일 집집마다 팔러 다니셨다는 것은 훗날 철이 들어서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밖에서 악착 같은 삶을 사셨고, 아버지는 척박한 산골에 개간을 일궈 겨우 초근목피를 면하는 생활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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