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영등 할매
진주성-영등 할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10 14:5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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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 대종사/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영등 할매

어제(3월10일)는 음력으로 2월이 시작되는 초하루였다. 매년 2월 초하루 무렵이 되면 꽃샘바람과 함께 꽃샘추위가 찾아온다. 이 시기는 '겨울바람이 봄바람보고 춥다'고 한다는 속담처럼 영등 할머니 바람이 꽃샘추위를 몰고 온다는 속설이 있다. ‘바람신’으로 불리는 영등 할머니가 2월 초하룻날 하늘에서 내려와 사흘에서 보름까지 머무는 까닭에 봄답지 않게 꽃샘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친다.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지만 경상도 지방에서는 2월 초하룻날 영등 할머니에게 제를 지내는 의례가 있었다. 우리지역 표현으로 '영등 할매 맞이'라 불리는 이 의례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바람신인 영등신을 위하는 것으로서, 주부가 정화수를 떠 놓고 정성을 드리는 가정 신앙 의례이다. 이를 '풍신제(風神祭)', '바람 올리기' 라고도 부른다.

영등 할매는 농사의 풍흉과 가정을 평안하게 해 주는 가신(家神)으로, 농사의 성공을 관장하는 중요한 풍신(風神)이다. 영등 할매를 모시는 것을 '바람올린다'라고 하며, 바람을 관장하는 신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날씨 때문에 그해에는 흉년이 든다고 한다. 영등 할매는 해마다 딸 또는 며느리를 데리고 온다고 하는데, 딸을 데리고 오면 아무런 일이 없지만 며느리를 데리고 오면 바람을 일으킨다고 한다.

영등 할매맞이 의식은 2월 초하룻날 새벽에 일찍 장독대 또는 부엌의 한 켠에 정갈한 우물물을 떠 놓고 영등 할매신을 맞이한다. 영등 할매를 맞이하는 장독대와 부엌은 신이 강림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신성한 장소로 바뀌게 되며, 대문에는 금줄을 두르고 황토를 뿌려 잡귀와 잡신의 출입을 금하게 된다.

영등 할매의 연원을 보면 『동국세시기』에 "영남 지방에서는 집집마다 신에게 제사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를 영등이라 한다. 신이 무당에게 내려서 동네로 돌아다니면 사람들은 다투어 이를 맞아 즐긴다. 1일부터 사람을 꺼려 만나지 않는데, 이렇게 하기를 15일에서 또는 20일까지 간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영등 할매 맞이를 찾아볼 수 없다.

영등 할매는 사람들의 행실과 인연에 따라 선물을 준다고 한다. 선을 행한 사람에게는 풍년, 건강, 행운, 재물 등의 선물을 주고, 악을 행한 사람에게는 재앙, 질병, 불행, 가난 등의 벌을 준다고 한다. 착하게 살아서 영등 할매에게 좋은 선물을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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