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은 도시 진주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은 도시 진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10 14:5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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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강/간호사 시인
최희강/간호사 시인-‘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은 도시 진주

“진주는 우리나라 문화를 진주처럼 빛내는 도시”라는 말을 문정희 시인의 강연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날 문정희 시인은 ‘우리나라 최초’라는 타이틀을 어느 도시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도시가 진주라는 말도 덧붙였다.

어린이날의 전신인 소년운동이 시작되었고, 한국문인협회보다 먼저 진주문인협회가 결성되어 ‘등불’이라는 한국 최초의 문인협회 기관지를 발행했다고 한다. 이 문예지는 ‘영문(영문嶺文/영남 문학의 준말)’으로 발전했고 개천예술제의 전신인 영남예술제와 더불어 우리나라 예술과 문학사의 맨 앞자리에 호명된다고 했다.

그리고 또한 ‘신시단新詩壇’이라는 문예지는 지방에서 발행된 문예지의 효시라고 했으며 진주 출신 문인 중에는 한국을 대표할만한 시인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문학동인 ‘흑우회’에는 파성 설창수, 동기 이경순, 청마 유치환 시인이 진주를 중심으로 문화운동을 겸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예술제인 개천예술제(영남예술제)가 태동하여 전국 모든 예술제의 효시가 되었다는 역사를 들으면서 “진주는 참으로 문화예술 도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제1회 개천예술제 장원으로 등단한 사람이 국민애송시로 주목받는 시 ‘낙화’의 시인 이형기 선생이며, 이제 그 전통을 강희근 시인이 잇고 있다고도 했다. 이 강연은 시인을 꿈꾸던 나에게 문학의 도시 진주를 동경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늦게나마 진주에 터를 마련하여 살고 있고 앞으로 진주시 발전을 위해 애쓰는 분에게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진주사람들은 얼마나 느낄지 모르겠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다녀본 도시 중에서 진주는 참으로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다.

그래서 참 진주, 부강의 도시 진주이다. 깊은 역사와 다양한 문화, 넉넉한 근린공원, 도심을 가로지르는 깨끗한 남강,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상수도 등 공부할수록 깊은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도시다. 또한 진주는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는데, 진주비빔밥과 진주냉면, 진주헛제삿밥이 그것이다. 조금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성이 깊고 멋과 맛을 간직하고 있는 ‘진주비빔밥’이 그 원형을 잃어가면서 전라도 전주비빔밥에 뒤지고 있고, 진주냉면도 브랜드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옛날부터 북평양(北平壤), 남진주(南晉州)라는 교방문화(敎坊文化)의 명성에 힘입어 이런 음식문화도 발전한 것 같다. 나라의 큰 행사에는 교방출신의 뛰어난 얘기(藝妓)를 선발하려던 목적도 있었겠지만, 조정의 대신들이 자주 진주에 드나듦으로써 진주비빔밥이나 진주냉면 유명해졌고 기록도 체계화된 것 같다.

또한 충절과 선비의 고장답게 유생이 많았던 탓에 진주헛제삿밥도 그 유례가 안동 헛제삿밥 못지않다. 그러나 지금 그 화려하던 명성들이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타지에서 이주해온 필자의 눈에 훤한데 정작 진주 본토 사람들은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지방시대 이후 각 지자체에서는 없는 문화도 만들어서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있는 문화, 예산 얼마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활성화하여 진주를 대표할 브랜드로 만들 수 있다. 많은 예산을 들이고도 시너지효과를 별로 내지 못하는, 겉만 화려한 사업보다 이런 작은 것 같지만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 수 있는 음식문화 등 진주만의 특색있는 것을 브랜드화할 필요가 있다. 근래 진주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하모’는 진주의 대표 브랜드로써 성공한 사례라고 본다.

지금 ‘K-푸드’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그 중 ‘비빔밥’도 있다. 아예 ‘진주비빔밥’이라는 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하여 특화한다면 세계 비빔밥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 2002년 5월 25일 첫 진주비빔밥 축제가 열렸었는데 그때부터 잘만 특화했다면 지금쯤 진주는 세계가 주목하는 비빔밥의 원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서는 우리의 진주화반, 칠보화반으로 불릴 만큼 화려한 멋과 맛의 비빔밥을 흉내를 낼 수는 있지만, 원조가 될 수는 없다. 기업가 정신의 도시, 항공우주산업의 중추도시를 보이지 않게 든든히 뒷받침 하는 것은 볼거리와 먹을거리, 쉴만한 자연환경이 어우러져야 한다. 관광도시로 융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진주, 그 진주가 더욱 발전하면 좋겠다. 동분서주 하시는 진주시장님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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