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 <지금 경남 미술-산·섬·들> 개최
경남도립미술관 <지금 경남 미술-산·섬·들> 개최
  • 최원태기자
  • 승인 2024.03.17 16:00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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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중견 미술인 34인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획전
▲ 경남도립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인 2024년 첫 전시로 <지금경남미술-산·섬·들>을 오는 22일부터 5월 26일까지 도립미술관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경남도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관장 박금숙)은 개관 20주년인 2024년 첫 전시로 <지금경남미술-산·섬·들>을 오는 22일부터 5월 26일까지 도립미술관 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경남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거나 연고가 있는 50대 이상의 중견작가 34명이 참여해 산, 섬, 들 그리고 도시에 모여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역 미술인(경남미협, 경남민미협)과 함께 작가 선정과 출품작 조율을 의논했다. 특히 도민은 물론 미술인과 함께하는 열린 미술관으로 나아가고자 18개 시군에서 활동하거나 연고가 있는 작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작품은 예술의 자율성을 시각적 영역에서 탐구할 뿐만 아니라 사실적으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은유와 상징을 통해 현실 사회를 시각화한다. 이러한 작업 태도는 ‘산’, ‘섬’, ‘들’이라는 전시 제목이 단순히 자연의 풍경으로만 해석되지 않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꿈틀거리는 삶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전시는 1부와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오는 22일부터 4월 21일까지 개최되며 강혜인, 공태연, 권산, 김천관, 김형수, 노재환, 박현효, 배용근, 설희숙, 심이성, 오경애, 우순근, 이광영, 이상호, 정원조, 최광호, 최행숙 작가가 참여한다.

2부는 4월 26일부터 5월 26일까지 개최되며 권용복, 김경미, 김동관, 김순기, 김우연, 김종해, 노경호, 박상복, 신미란, 유창환, 이갑임, 이호신, 정봉채, 정순옥, 조현순, 최원미, 하판덕 작가가 참여한다.

1부 1전시실에 참여하는 작가는 일반적인 개념과 자신의 내면 사이의 충돌이나 접점을 시각화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작가들은 구체적인 형상을 재현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언어로 관찰된 특별한 세계를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탐구한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전통적인 회화가 가지고 있는 재현 방식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어떤 정서나 감정의 깊이를 느껴볼 수 있다. 참여작가는 공태연, 김형수, 노재환, 오경애, 이상호, 최행숙이다.

1부 2전시실에 참여하는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풍경 즉 산, 섬, 들 또는 삶의 현장에서 작업의 주제를 찾는다. 작가들은 자신의 삶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서 삶의 가치를 찾고 이를 자신의 조형 언어로 시각화한다. 작가들이 고민하는 삶의 기본 토대가 결국 ‘산, 섬, 들’에 기반한다는 사실은 인간과 자연, 삶과 예술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알려준다. 참여작가는 강혜인, 배용근, 설희숙, 우순근, 정원조다.

1부 3전시실에 참여하는 작가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것들에 주목하고 이들에게 애정을 가짐으로써 새로운 조형 세계를 만들고 있다. 작가들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존재에 대한 갈망으로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작가들의 이러한 고민은 초현실적인 작업으로 구현되고 있지만, 현실에 기반한 이미지 차용은 작품이 끊임없이 현실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참여작가는 권산, 김천관, 박현효, 심이성, 이광영, 최광호다.

박금숙 경남도립미술관 관장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작업을 내려놓지 않은 미술인들이 우리 지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남 미술의 ‘지금’을 느낄 것이라며, 많은 도민이 미술관을 찾아 문화예술을 향유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공태연은 특별히 제작한 대형 스퀴지(Squeegee) 로 좌우상하 쓸기와 긋기를 통해 추상화를 구현하고 있는데, 자연에서 비롯된 형상, 정서, 역동성, 에너지, 리듬감을 중시한다. 김형수는 자신의 기억 속 이미지를 일종의 풍경으로 시각화하고 있는데, 보이는 형상을 그대로 묘사했다기보다는 작가의 내면에서 재해석, 재조합한다.

노재환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성질을 이용한 마블링(Mabling)기법과 물감을 뿌리는 드리핑(Dripping) 기법으로 혼돈과 무질서를 대변하는 카오스의 세계를 시각화한다. 오경애는 물감과 호분 그리고 인공안료의 혼합을 통해 작가 자신의 내면세계 특히 생각 또는 호흡을 색의 중첩을 통해 추상화한다.

이상호는 사물의 구체적인 형상보다 사물에 내포된 다양한 의미를 탐구하는데 두터운 질감과 색, 축소된 도상을 통해 안정감과 안도감, 공감과 교감의 정서를 시각화한다. 최행숙은 구체화 되지 않은 생명력과 에너지를 단 한 번 의 붓질로 자신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를 캔버스에 담아낸다.

강혜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사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멸치를 주 모티브로 작업을 한다. 아주 작은 생명체이지만 멸치의 강인한 생명력을 통해 우리 삶의 희망과 풍요로움을 표현한다. 배용근은 마산합포 다구마을, 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 진동포구 등 경남의 산과 섬, 그리고 들판의 풍경을 그린다. 작품이 구체적인 장소를 재현하고 있지만 작가의 시선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통일된 조형성이 작품 전반에 나타난다.

설희숙은 통영을 대표하는 꽃인 동백꽃의 강렬한 색채를 회화로 재현하는 작업을 10년 넘게 꾸준히 이어오며 동백의 강인함을 강렬한 색채와 반복적인 패턴, 압도적인 화면구성으로 시각화한다. 우순근은 따뜻한 색채를 배경으로 나무가 자라는 자동차를 동화적 조형성에 기반해 환상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이는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 여행이자 현대인의 지친 일상을 위로하는 꿈의 순간이 된다.

정원조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작업이 휴식과 안식을 제공해주는 매개체가 되길 희망하며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지만 눈여겨보지 못했던 자연 속 이미지를 통해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선사한다.

권산은 우리 기억에 남아 있거나 잊힌 만화 주인공의 모습에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해 살짝 변형된 캐릭터들을 화면에 담아낸다. 작가는 이들을 캔버스에 부활시킴으로써 무명이든 유명이든 존재 자체로 가치가 있음을 다시금 강조한다. 김천관은 일상의 소소한 생명에 주목해 오랫동안 생각하고 관찰하는데, 이러한 깊은 관찰은 작가의 화면에 등장하는 물고기, 얼룩말, 나무, 선인장, 부엉이 등의 객관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주체의 주관이 대상에 투영되는 순간까지 포착한다.

박현효는 산과 들의 평화로운 풍경에 스며들어 살면서 느긋하고 유쾌한 관조의 자세로 악양의 빈 들판, 중한치의 풍경을 고즈넉하지만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낯설게 담아낸다. 심이성은 40년 동안 생명과 공존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폐건축 자재와 오래된 철근을 가공하고 숟가락을 덧대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작업을 통해 상실된 생명에 대한 애도를 시각화한다.


이광영의 회화는 일종의 기억 재조합이다. 자신이 경험하거나 보고 들은 어떤 상황, 사물, 개념을 재구성하고 재배열하며 조정함으로써 캔버스 위에 생경한 세계를 창조한다.

최광호는 바다를 볼 수 없는 밀양에서 물과 빛의 반응을 포착해 바다의 이미지를 포착했다. 바다는 없지만 바다의 이미지는 존재한다는 비논리적인 명제가 사진의 영역에서는 현실이 된다. 최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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