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침몰 어선, 적재 불량 기울면서 순식간에 사고 추정
통영 침몰 어선, 적재 불량 기울면서 순식간에 사고 추정
  • 김병록기자
  • 승인 2024.03.17 16:13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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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어획물을 선미 갑판에 보관한 채 이동 중 한쪽 쏠려 복원력 상실한 듯”
항적 끊긴 침몰 지점은 대형저인망 조업금지구역…“불법 조업 여부도 조사”
▲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 침몰한 어선 구조 나선 해경. /통영해경

지난 14일 통영시 욕지도 해상에서 발생한 139t급 어선 침몰 사고로 한국인 선원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가운데 이번 사고가 어획물 적재 불량에 따른 선박 복원력 상실로 발생했다는 추정이 나왔다.


통영해양경찰서는 15일 오전 통영시 광도면 통영해경 청사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외국인 선원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침몰 선박은 평소보다 많이 잡은 어획물을 선미 갑판에 적재한 상태로 이동하다 선미가 왼쪽으로 기울어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원래라면 어창에 어획물을 보관해야 했으나 오전 5시께 열리는 통영수협 위판 시간에 맞추려 급하게 이동하는 과정에서 침몰 선박 선원들이 어획물을 그물에 담은 채로 선미 갑판에 보관했다는 것이다.

사고 직전 선미 갑판에 놓인 어획물은 1개당 20㎏인 상자 2000개에 실을 수 있는 양으로 전해졌다.

높지 않은 파도라도 어구 안에 있는 많은 양의 어획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급격하게 선박 복원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경은 “어선이 왼쪽으로 기울어 침수되기 시작하면서 불과 2~3분 만에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단, 이 어선이 어획물을 최대 실을 수 있는 양은 상자 4800개이기에 과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어획물 대부분은 정어리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 선박은 주로 삼치 등을 주로 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와 실종자 모두가 한국인 승선원인 것은 한국인 선원이 선장, 기관장 등 관리자 직책으로 선실 내 조타 등의 업무를 하고 있어 배 침몰 당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외국인 선원들은 갑판 등에 위치해 비교적 쉽게 탈출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정석 통영해경 수사과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불법조업 여부 등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선단선을 상대로 추가 조사하고, 당시 기상 자료와 선박항적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영해경에 따르면 침몰 선박은 사고 전날 오후 7시 30분께 어선 위치 발신 장치(V-Pass) 항적이 끊겼다.

해경은 항적이 끊긴 위치가 침몰한 곳 인근으로 확인했으며, 해당 장치를 승선원이 고의로 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침몰 위치는 수산자원관리법상 쌍끌이 대형저인망 조업금지구역이어서 사고 선박이 법적으로 조업을 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생존한 외국인들이 조업 구역과 작업 장소가 어딘지 전혀 알지 못해 불법 조업 여부는 당장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14일 오전 4시12분께 침수 신고가 접수된 부산 선적 139t급 쌍끌이저인망 어선 승선원 실종자 1명에 대한 수색 작업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해경은 경비함정과 항공기 등을 사고 해역에 투입하고, 수중 수색까지 했으나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은 실종자 수색작업을 이어가는 한편 생존 선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할 계획이다. 김병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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