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계정의 그림이 있는 이야기-가끔 길을 잃곤 하지만, 쓰러지지 않을 당신을 응원해요
손계정의 그림이 있는 이야기-가끔 길을 잃곤 하지만, 쓰러지지 않을 당신을 응원해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19 15:43
  • 1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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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계정/화가·예모갤러리 원장·예술극단 시나래 단장

손계정/화가·예모갤러리 원장·예술극단 시나래 단장-가끔 길을 잃곤 하지만, 쓰러지지 않을 당신을 응원해요


<작품명> 가끔 길을 잃곤 하지만
캔버스에 아크릴 72.7×72.7cm.
임현주/서양화가ㆍ전업작가

속절없이 무너지거나 느닷없이 밀려났던 온갖 누추들이 다닥다닥 머리를 맞댄 빈자들의 산동네. 쓰러져가는 집을 꽃처럼 피우는 사람이 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골목과 좁은 계단을 구부렸다 펼쳤다 꺾기도 하며 경계도 만들고 통로도 만드는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의 사람이 임현주 작가이다.

그녀의 그림 속에는 옹기종기 버겁게 모여 있는 겹겹의 지붕들이 어깨를 맞댄 풍경이 많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구불구불한 삶을 견딘 사람들의 안식처이다. 미로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계단과 좁은 골목길은 때때로 길을 잃게도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집으로 가는 길, 평온에 이르는 길로 안내한다.

밤의 그림자와 어둠을 뚫고 걸어가야 하는 좁은 길은 문득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함과 쓸쓸함, 잃어버린 자존과 상실에 무게감을 더하기도 하지만, 그 길은 어느새 달빛의 따뜻한 위로를 받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게 그녀의 집들은 헤맴의 시간, 구멍 난 삶을 다독거리며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근원적 장소에 대한 그리움으로서 다가온다.

그의 그림 속에 곧잘 등장하는 두 마리의 거위는 길을 잃고 헤맬 때 불쑥불쑥 나타나 길을 이끌기도 하고 말동무도 해 줄 것이다. 삐뚤삐뚤한 구도와 자유로운 형상은 부감법적 시선에 실제 풍경과는 거리가 있다. 울퉁불퉁한 곡선의 집을 동화적 색채에 버무려 그녀만의 따뜻한 세계를 형성하지만, 그 속에는 외면할 수 없는 곤고한 리얼리티가 존재한다. 작가는 그 현재진행형의 굴곡진 삶을 다독이며 위로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왜곡된 곡선으로 흔들리는 그녀의 집들과 골목과 계단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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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소영 2024-03-20 22:17:14
그림이 있는 이야기~ 넘 재밌게 보았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보니 새롭네요.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