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계정/화가·예모갤러리 원장·예술극단 시나래 단장
손계정/화가·예모갤러리 원장·예술극단 시나래 단장-가끔 길을 잃곤 하지만, 쓰러지지 않을 당신을 응원해요
<작품명> 가끔 길을 잃곤 하지만
캔버스에 아크릴 72.7×72.7cm.
임현주/서양화가ㆍ전업작가
그녀의 그림 속에는 옹기종기 버겁게 모여 있는 겹겹의 지붕들이 어깨를 맞댄 풍경이 많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구불구불한 삶을 견딘 사람들의 안식처이다. 미로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계단과 좁은 골목길은 때때로 길을 잃게도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집으로 가는 길, 평온에 이르는 길로 안내한다.
밤의 그림자와 어둠을 뚫고 걸어가야 하는 좁은 길은 문득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함과 쓸쓸함, 잃어버린 자존과 상실에 무게감을 더하기도 하지만, 그 길은 어느새 달빛의 따뜻한 위로를 받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게 그녀의 집들은 헤맴의 시간, 구멍 난 삶을 다독거리며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근원적 장소에 대한 그리움으로서 다가온다.
그의 그림 속에 곧잘 등장하는 두 마리의 거위는 길을 잃고 헤맬 때 불쑥불쑥 나타나 길을 이끌기도 하고 말동무도 해 줄 것이다. 삐뚤삐뚤한 구도와 자유로운 형상은 부감법적 시선에 실제 풍경과는 거리가 있다. 울퉁불퉁한 곡선의 집을 동화적 색채에 버무려 그녀만의 따뜻한 세계를 형성하지만, 그 속에는 외면할 수 없는 곤고한 리얼리티가 존재한다. 작가는 그 현재진행형의 굴곡진 삶을 다독이며 위로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왜곡된 곡선으로 흔들리는 그녀의 집들과 골목과 계단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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