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새우인생
도민칼럼-새우인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21 17: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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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새우인생

지금은 중증의 병을 앓고 있으면 안 된다. 아프지 말아야 한다. 긴급한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하고 모두 몸조심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말처럼 의지대로 될 수 있는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의료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의대를 증원한다고 하는데 국민이 더 불편해지고 있다. 아프지 않으면 동네 의원이야 넘쳐나니 가벼운 병은 근처 의원으로 가서 해결하면 그만이다. 중증의 병은 동네 병의원에서는 진료가 어렵다.

그래서 대도시로 가거나 결국 서울로 간다. 정부는 이런 도시 쏠림현상을 없애기 위하여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지방에서는 사고로 위급한 상황이 되면 수술 해줄 의사와 장비가 절대 부족이다. 그런데 의사의 수만 늘려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지난해 몸에 알 수 없는 두드러기와 가려움증이 있어 동네 가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해결되지 않아 도시로 갔다. 피부과를 갔는데 가는 곳마다 성형시술만 하지 일반진료를 받지 않는다는 말에 황당했다. 의대에는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가 있다. 6년 공부를 하고 인턴을 거친 전공의들이 2024년 선택한 의과를 보면 안과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피부과, 영상의학과 순이었다.

아이들의 진료에 시급한 소아청소년과 필수의료인 심장혈관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응급의학과 외과의 신청률 저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출산율 저하와 의료사고 시비가 많은 산부인과는 전공의 신청이 부족하고 우리의 미래 건강을 담당해줘야 할 예방의학과 핵의학과는 암울하다. ‘먹고사니즘’이 우선인 자본주의사회에서 의사들에게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강요할 수도 없다. 우리가 이런 사회를 만들고 한쪽에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로 첫째 의료인력 확충, 이것이 지금 시끄러운 의대정원이다. 두 번째 지역의료 강화, 일정기간 의사들이 지방에서 근무하게 한다고 한다. 세 번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진료는 소신껏 하되 사고에는 보상을 실시하고 네 번째 고위험진료 등은 노력에 걸맞게 보상하는 보상체계 공정성을 제고하겠다고 한다.

의료는 공공분야임을 인식한 것인데 과연 그 실행을 할 수 있겠는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 아주 지당한 말이다. 무슨 돈으로 하겠다는 건가? 좌파정부가 나라에 빚만 만들어서 우리 국민들은 빚만 갚다 죽게 생겼다고 그동안 난리를 치고 소위 우파정부가 들어섰다. 의사증원 필요하다고 한다. 국민들도 동의한다. 그래서 의사협회의 생명을 담보로 한 파업에 좋지 않은 시선이 간다.

생명은 공공의 영역이다. 개인의 팔자로 죽고 사는 세상이 아니고 정쟁으로 전쟁이 나면 국민들이 떼로 죽어나간다. 전염병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죽어 나간다. 행정지도를 못해도 이태원사고처럼 젊은 애들이 한꺼번에 죽을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인구소멸국가로 전락해 가고 있다. 그런데 있는 사람마저 지키지 못한다. 의료는 공공의 영역이어야 한다. 돈 없으면 죽고 돈 있으면 사는 게 아니고 기본 의료제공은 받을 수 있는 사회여야 안정을 기할 수 있다.

코로나가 창궐할 때 공공의료가 절실했다. 진주의료원이 폐지되고 사람들이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모른다. 일반대학병원의 값비싼 진료비와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그나마 지역의료원이 있어 견딜 수 있었다. 지역 공공의료원의 적자를 운운하는데 그곳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우선이어서는 안 된다.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필수의료학과의 수가를 올려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지역 의료를 활성화하려면 공공의료기관을 신설해야 한다. 공공의료를 맡을 의사들의 전공의 훈련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대학병원에 다 맡겨서는 지금처럼 파업이 일어나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더 이상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정부의 4대 정책 우선순위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준비도 안 된 의대정원을 밀어붙이는 정부도 답답하고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전공의들의 파업과 그에 동조하는 교수들에게도 화가 난다. 그나저나 우리나라 대학에는 이제 법대와 의대만 남을 모양이다. 그렇게 남아서 지금처럼 저희들끼리 싸움판을 벌리면 우리 새우들은 어쩌지? 다들 최소한 지금은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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