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라오스에 다녀오다(4)
도민칼럼-라오스에 다녀오다(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3.28 12:4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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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라오스에 다녀오다(4)

우리나라는 사찰 구경을 하려면 산속에 들어가야 하지 않던가. 그런데 왓 시사켓과 주변에 몇 군데의 사찰들을 돌아다녔지만 모두 시내 중심가에 있다. 시민들이 종교생활 하기는 편할지언정 산업화 생산 효과는 마이너스를 초래하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고려 때까지는 불교가 찬란하게 번창했었다. 그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주민이 모여 사는 시가지에서 주민과 더불어 불교가 번창했었다. 조선시대에 이르면서 숭유억불 정책으로 된서리를 맞고 말았다. 이름난 모든 사찰이 속세를 벗어난 산속 깊이 쫓겨가 자리 잡았다. 오늘날까지 일반인과는 거리 두기를 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왓 시사켓과 주변에 사찰들을 돌아보는데 우리나라에서 보던 사찰과는 다르다. 낯설어 그런지 포근하고 아늑함이 없다. 경남 문인들도 나처럼 예불은 많이 드리지 않고 밖으로만 나도는 사람이 많다.

어제까지만 해도 추워 벌벌 떨었었다. 겨울옷을 겹겹이 껴입고 라오스에 내릴 때가 바로 몇 시간 전이다. 그런데 지금은 반소매 여름옷 차림이다. 한낮이 되자 우리나라에 하지(夏至) 절기만큼 태양 볕이 뜨겁다. 2호 차에 오르는 문인들이 사찰 구경한답시고 걸어 다녀선지 얼굴에 땀방울이 주렁주렁하다.

2호 차 인솔을 맡은 가이드는 고향이 김제란다. 전라도 사투리가 구수하다. 나이는 50대 초반으로 보인다. 동남아는 가보지 않은 나라가 별로 없다며 너스레다. 태국서 오래 살았으며 라오스서 가이드 일한 지는 8개월이라 한다. 비엔티안은 라오스서는 가장 큰 도시며 수도로 인구는 1백만에 이른단다. 메콩강이 국경을 표시하며 흐르는데 건너는 태국이란다. 북한 동포가 라오스에서 탈북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전해주지 않을까 하는 맘으로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메콩강을 건넜다는 탈북자 얘기는 끝내 없다. 그는 마이크를 손에 잡으니 입이 좀처럼 닫치질 않는다. 얼마 전, 타국생활 28년 만에 눈부신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 조국에 오니 이방인처럼 느껴지더란다.

김찬희 가이드는 마이크를 잡으니 청산유수다. 우리가 향하는 메콩강 지류인 남릉 강 탕원 유원지는 비엔티안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곳이란다. 유람 선상에 올라 라오스 전통음식으로 차린 점심을 먹으며 한 시간 정도 뱃놀이도 즐기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않던가. 귀가 번뜩 뜨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독립문 형상인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빠뚜싸이라 부르며 승리의 문이라는 뜻이란다. 1958년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시멘트 건축물이다. 라오스에 제일의 도시인 수도, 브엔티엔에 높은 건물이 없는 이유는 빠뚜싸이 개선문보다 높게 지을 수 없는 고도제한 때문이라는 거다. 최근에서야 이런 고도제한이 풀렸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6.3빌딩처럼 높은 건물이 급속도로 지어질 거라고 밝힌다.

2호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시내 풍경을 살피느라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런데 시설물이나 업소 간판들이 대부분 중국과 관련된 문구들이다. 모든 공산품이 중국제품이나 태국과 베트남서 들어온다는 설명이다.

라오스가 프랑스의 지배에서 벗어난 뒤, 중국과 수교했다. 내전 당시에 그들은 베트남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 는 거다. 그런데 미국과 베트남 전쟁으로 애먼 라오스가 피해를 엄청나게 입었다는 얘기다. 고래 싸움에 힘 약한 새우만 등 터진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베트남의 영향력이 컸다는 거다. 중국과는 90년대 이후, 교역 비중이 늘어나면서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태국과 앙금도 얼마 전에야 풀리기 시작해 지금은 친해졌다는 얘기다.

마이크를 잡은 가이드에게 눈을 맞춰 주는 것이 예의인 줄 알지만, 차창 밖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겠다. 몽골에 울란바토르 거리만큼 각종 승용차가 많다. 도요타 자동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두 번째가 현대와 기아자동차 마크를 붙인 차다. 화물차와 대형버스들은 현대자동차 마크가 붙은 차가 대부분이다. 가는 나라마다 우리가 만든 차가 거리를 활보하고 한국어 업소 간판이 눈에 들어오니 뿌듯한 맘 감추지 못하겠다.

주차된 차들은 누런 황토 흙먼지를 하나같이 둘러썼다. 그런데 움직이는 차는 깨끗한 차가 많다. 이유는 자동차는 생활공간인 집보다 재산 가치가 높다는 거다. 재산목록 1호라 애정이 대단해 아침저녁 정성 들여 닦는다는 거다. 도롯가에 늘어선 건물들도 하루만 닦지 않으면 흙먼지투성이란다.

그러고 보니 인도에 보도블록이 깔리지 않은 맨바닥이다. 집과 집 사이 골목길도 포장된 길이 없다. 중앙도로와 중심도로만 아스팔트 포장이다. 그나마 움푹움푹 팬 도로가 많다. 국가 예산이 빈약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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