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의 양상은 악마의 굴레
극단주의의 양상은 악마의 굴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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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수필가
통영 효음음악학원 원장
노르웨이 기독교 근본주의자의 연쇄테러가 이민자들에 대한 극단적 반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오랫동안 다문화정책을 펴온 유럽 사회가 고민에 휩싸였다. 이번 테러는 두 가지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즉 대표적인 열린사회이자 평화국가로 일컬어지는 노르웨이의 어느 음습한 곳에서 이런 광기가 성장했다는 것, 브레이비크가 기독교 근본주의의 세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조짐이 이미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영국 등에서 경기침체 이후 극우 색채의 포퓰리즘 정당들이 득세했으며 이는 스웨덴, 노르웨이에까지 확산됐다. 결국 다문화주의 논란으로 표출되는 빈부격차와 복지 문제 등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테러의 근본 토양이었다. 이는 극우 테러의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막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갖게 한다.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는 여러 인종과 문화가 단순히 융합되는 ‘멜팅 폿’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 각자 인종이 고유의 색과 맛을 가지며 뒤섞이는 ‘샐러드 볼’에 가깝다. 동화주의(assimilation)와 반대다. 식민시대에 제국을 경영한 유럽 국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뒤 주로 옛 식민 국가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였다. 영국은 1950년대부터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프랑스는 알제리 튀니지에서 많이 건너왔다. 1970년 초 경기침체로 인한 이민억제책으로 다소 주춤하다가 1980년대 들어 출산율이 급감하자 다시 적극적 이민정책을 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민자 대다수가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넘지 못하고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자 다양한 정책을 펴게 됐다.
다문화주의의 한계는 경제적 논리에 의해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경향이 짙다. 보편적 시각에서 바라본 유럽 복지에 대한 이민자들의 이상향이 오늘의 유럽식 경제 악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본토인들의 불만과 갈등에서 우려해온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복지정책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본토인들의 움직임은 이민자들을 향한 극적인 분노의 유형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에 불을 집힌 것이 템플기사단과 같은 기독교 극우세력이었다.
세계는 그동안 알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테러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 종교, 한 종파의 극단주의나 근본주의는 다른 종교, 다른 종파를 자극해 폭력적 극단주의를 다른 영역으로 전염시키는 경우가 흔하다. 정치적 극단주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근본주의자나 극단주의자들은 국가가 거대 악의 지배를 받고 있고, 모든 것이 음모라고 보며, 따라서 상대를 증오하고, 광신적(狂信的) 폭력에 매달린다고 했다. 공동체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은 국가 제도 안에서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거부한다. 이와 같은 종교집단의 극단주의는 이념과 사상 그리고 정치와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끔찍한 이번 사건이 한국사회에 다시금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아직까지 이런 유의 테러를 겪지 않은 것은 참 다행이다. 그 점에서 유럽의 극우 테러를 두고 반면교사(反面敎師)론을 펴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남의 일처럼 여길 일도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한국도 극단적 극우주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또 다른 한국 특유의 극단론으로는 반공극우 색깔론과 종교적 근본주의를 들 수 있다. 흔하게 저질러지는 사상검증 풍토에도 정신적 테러의 성격이 있다. 다른 견해를 인정하려들지 않는 것이 극단주의의 단초일 수 있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도 이런 극단주의에서 벗어난 완전한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종교적·이념적 근본주의자들이 벌이는 극단적 행동과 소동은 증가일로다. 그들이 내뱉는 음모론과 증오심 그리고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은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지수(指數)를 염려하게 만들 정도다. 100만명을 넘어선 외국인 근로자들이 유입된 우리 사회는 다문화·다종교 사회로 들어서는 문턱을 밟고 있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폭력적인 극단주의를 얼마나 건강하게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진지하게 다뤄야 할 사회적 이슈이자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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