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벗
인생의 벗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6.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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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시인

 
살다 보면 이런 친구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서로 믿고 의논 할 수 있는 든든한 친구, 무엇을 하자고 해도 흔쾌히 따라오는 친구,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냉철한 친구, 나의 변신을 유혹하는 멋쟁이 친구, 어떤 상황에도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 추억을 많이 공유한 오래된 친구, 연애 감정 안 생기는 이성 친구, 하릇밤 쉬어가도 불편함이 없는 내집 같은 친구, 여행하기 좋은 낭만적인 친구, 부담없이 돈을 빌려주는 부자 친구 말이다. 무엇보다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괜찮을 친구라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은 이런 친구를 한 명이라도 가졌는가?
 
그리 자주 세상이 나를 속이지는 않지만/ 가끔 속일 때면/ ‘다 잊어 버려’라는 말로/ 가슴까지 촉촉이 눈물 맺히게 하는/ 이슬 같은 벗 하나 있다면/ 어쩌다가 마주치는 벼랑끝에서도/ 덥썩 두 손을 잡고/ ‘포기 하지마’라는 말로/ 다시 뜨는 /내 안의 작은 불빛/ 등잔 같은 벗 하나 있다면/ 왠지 쓸쓸하고 허전할 때/ 한 줄기 바람처럼 단숨에 달려와/ ‘힘 내’라는 말로/ 인간적인 따스함를 느끼게 하는/ 햇살 같은 벗 하나 있다면/ 인연이 깊다 한들/ 출렁임이 없겠는가 마는/ 그 모습 그대로/ 변함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바위처럼 믿음직한 벗 하나 있다면/ 세상이 만만하더냐/ 사람이 만만하더냐/ 그 무엇 하나 만만하지 않아도/ 내가 너인듯 싶고/ 네가 나인듯 싶은/ 내 마음의 풍경 같은 인생의 벗 하나 있다면
-‘삶은 고달파도 인생의 벗 하나 있다면’이채의 시-

사계절 꽃 같은 인생이 어디 있으랴/ 고난과 질곡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살면 살수록 후회가 많은 날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때때로 삶의 빛깔이 퇴색되어질 때/ 소나무처럼 푸른 벗을 만나고 싶습니다/ 자비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따뜻한 차 한잔으로 마주 앉아/ 복잡한 어제 오늘의 심사를/ 편안한 마음으로 위로 받고 싶을 때/ 거짓 없는 진실한 벗을 만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변함 없는 벗이었으면/ 부르면 웃음소리가 들리고/ 만나면 물소리가 들리는/ 산처럼 강처럼, 숲처럼 계곡처럼/ 반듯한 생각, 정직한 마음으로/ 대나무처럼 곧은 벗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수많은 밤을 보내고 보냈어도/ 한 방울의 이슬도 맺지 못하는/ 사람이란 얼마나 불쌍한가요/ 그 수많은 날을 걷고 걸었어도/ 한 송이의 꽃도 피우기 힘들 때/ 삶이란 또 얼마나 허무한가요/ 그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만났어도/ 꽃잎의 인연으로 간직하지 못하고/ 스치고 부딪친 옷깃과 옷깃 사이로/ 감사와 위안의 햇살보다는/ 불신과 미움의 바람이 넘나들 때/ 문득, 강물 같은 인생의 벗이 그립습니다
-‘인생의 벗이 그리워질 때’ 이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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