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닥친 장애 딛고 동료 장애인 위해 헌신
갑자기 닥친 장애 딛고 동료 장애인 위해 헌신
  • 글 김봉철·사진 이용규기자
  • 승인 2013.09.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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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척수장애인협회 사천시지회 박차기 회장

 
경남척수장애인협회 사천시지회 박차기 회장은 남다른 손재주로 장애인들에게는 신체 일부분과도 같은 휠체어 등 보장구를 수리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사천시의 지원으로 협회 사무실에 ‘사천시 이동용 보장구 관리 지원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원래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에 재주가 있었던 박 회장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자동차 정비사를 직업으로 삼은 것이다.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부지런한 성격인 박 회장은 카센터를 운영하면서 거의 쉬는 날 없이 24시간 자신의 일에 매진했다.
너무 열심히 했던 탓일까. 몇 년 전 고속도로에 차에 이상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은 박 회장은 어김없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박 회장은 차량에 리프트를 설치하고 수리를 하고 있던 중 갑자기 리프트가 고장 나 차체가 박 회장을 덮쳤다. 이 사고로 박 회장은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되는 장애를 갖게 됐다.
앞만 보고 달려가던 박 회장은 불의의 사고로 얻은 장애가 너무나 큰 장벽으로 다가왔다. 주위 동료 장애인들에 의하면 박 회장은 여느 장애인들보다 우울증이 훨씬 심하고 깊었다. 우울증으로 4년간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집에만 누워 있던 박 회장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불현 듯 밀려왔다.
지난 4년간 자신을 위해 한 마디 불평도 하지 않고 옆에서 묵묵히 수발해 준 아내와 자식들에게 미안했던 것.
박 회장은 이러한 생각에 이르자 몸을 다치기 전과 같이 부지런하게 움직이자고 마음을 다지게 된다.
이렇게 세상에 나오게 된 박 회장은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동료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자 마음먹고 동료 상담, 휠체어 수리 등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박차기 회장. 갑자기 닫친 장애를 받차고 일어나 동료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박차기 회장을 만나보았다.

다음은 박차기 회장과의 인터뷰이다.

-지회장을 맡은 지는
▲2009년 6월 사천지회가 설립 됐는데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후 지금까지 계속 지회장직을 맡고 있다. 사천 지역에 있는 동료들이 나로 인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많이 다니면서 교육도 받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다. 아직 동료들이 도움을 받을 곳이 많다.
-지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은
▲시에서 3년 전부터 휠체어나 전동휠체어를 수리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휠체어는 척수 장애인들에게는 신체의 일부이다. 하지만 마땅히 수리해 주는 곳이 없었다. 3년 전 정만규 사천 시장이 수리 사업에 예산을 편성해 주어 지금 이동용 보장구 관리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교통안전 캠페인과 산업안전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오전 6시부터 피켓 들고 거리에서 홍보도 하고 도로행진을 하기도 했다.
-사천 지회 회원은 얼마나 되나
▲현재 사천지회에 가입된 회원 212명인데 실제 활동하는 회원은 10%정도 20여 명 밖에 안 된다. 여러 사업을 통해 아직 사회에 나오지 못한 장애자분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이 가정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으면 가정이 파탄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장애인들의 사회 복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 사천시의 지원으로 '사천시 이동용 보장구 관리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박차기 회장은 자신의 손재주를 이용해 동료 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휠체어가 고장나면 깔끔히 수리해 주고 있다.
-이동용 보장구 사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장애인들이 타고 있는 휠체어가 고장이 나면 무상으로 수리해 주는 사업이다. 먼 곳에 있는 분들은 제가 직접 방문해 휠체어를 수리해 주고 있다. 예전에 수리센터가 없을 때에는 오토바이 가게나 농기계수리상에 가지고 갔는데 수리비를 준다 해도 고치기 힘들었다. 그만큼 보장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장애인들도 아직까지 보장구 수리 센터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들은 빨리 개선이 돼야한다.
-예산은 얼마 정도 지원 받나
▲1년에 500만원 지원 받고 있다.
-출장 수리도 해야 되는데 예산이 부족한 것 아닌가
▲사천시에서 기존에 없던 보장구 지원센터를 마련해 줘 장애인들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우선 사천시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것이 조금 아쉽다. 1년 지원금이 500만원인데 인근 남해군 2500만원, 진주 5000만원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남해군은 올해 처음으로 보장구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졌는데 남해보다 5년 앞서 시행한 사천시가 지원금이 제일 낮다. 예산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동료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수리해 주기에는 턱 없이 예산이 부족하다. 
-장애를 가지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었나
▲카센터를 운영했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는데 성장하면서 자동차 정비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 카센터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다치기 전에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옆도 뒤도 안보고 앞만 보고 달렸다. 카센터도 24시간 운영했다. 어릴 때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서 죽기 살기로 일에 매달렸다. 다치고 난 후 아내가 “당신이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살아서 이제 좀 쉬라고 다쳤는가 보다”라고 말했을 정도니 마음이 어떠했겠나.
-후유증이 심했다고 들었다.
▲다치고 난후 의사가 다시 다리를 쓸 수 있는 가망이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아내나 자식에게 기대야 했고 이런 시간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우울증이 심해졌다. 세상을 등질려고 시도를 많이 했다. 그때 느낀 점이 있다. 사람의 목숨이 참으로 질기다는 것이었다.
-장애를 어떻게 극복했나
▲아내와 자식들에게 의지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 불현듯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 이제 장애를 인정하자고 마음먹고 가슴 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끈을 놓았다. 그러니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 지는 것이었다. 이후 아내에게 아령을 사달라고 해 운동을 열심히 시작했다.  하루에 휠체어를 타고 4~5km 씩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극복해 나가게 됐다.
-장애를 가지고 난 후 어떤 점이 제일 힘들던가
▲장애를 가지기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던 길거리 구조물들이 휠체어를 타니 너무 두렵게 느껴졌다.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서울 국제휠체어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장애를 가지기 전과 장애를 가지고 난 후는 인생에서 걸어야 하는 길이 다른 것이다. 삶을 다시 바라보는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으면 기회를 잡기 힘들다. 그래서 전국 곳곳을 많이 돌아 다녔다. 지금은 사천지회장도 맡고 다른 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 지금은 모든 것을 놓고 나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나보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동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든 걸 내려놓으니 맘이 편하고 하루를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동료 장애인들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나
▲장애를 가지고 난 후 처음 4년 동안은 정말 힘든 세월을 보냈다. 이런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 보고 난 뒤 장애를 가진지 얼마 안 된 분들에게 도움이 되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애를 가지고 난 후 실의에 빠져 사회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사회에 다시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가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료장애인들의 상담을 시작했다. 사천지역 뿐 아니라 타 지역에도 가서 상담을 해 주곤 했다. 전문적인 상담을 위해 관련 교육에 많이 참여했다.
-장애인의 사회생활 복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라도 우선 사회에 나와서 할 일이 있어야 한다. 막상 사회에 나와도 해야 할 일이 없으면 당연히 적응을 못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로 고민해 본 결과 운동이 가장 최선의 해결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사천시 와룡탁구 동호회를 결성했다. 지금은 회원들의 실력이 굉장히 향상됐다. 장애인전국체육대회에 경남도 대표로 출전해 메달을 많이 획득하고 있다.   
-본인의 취미생활이 있다면
▲올해 론볼 경남대표로 선발돼 9월에 개최되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한다. 풍물단 활동도 하고 있고 볼링에도 취미가 있다. 특히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지역의 여러 가요제에 출전하기도 했다. 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 경남척수장애인협회 사천시지회 박차기 회장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노래부르기, 론볼, 풍물단, 볼링, 탁구 등 다양한 취미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동료 장애인들과 볼링을 하고 있는 박차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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