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그 의미에 대하여
약속. 그 의미에 대하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9.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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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우/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교수

 
매일 매일 기록을 갈아치우며 오늘은 더 덥네 하고 인사말이 되었던 무더위는 어느 듯 기억저편으로 아련히 멀어져가고 아침저녁으로 찬바람과 함께 창문 아래로 보이는 푸르기만 하던 나무 잎들은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추석 때 고향에 다녀오면서 보았던 황금색 들녘도 얼마 후엔 속살을 드러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허전함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한해 농사의 결실을 마주하며 인심 넉넉하고 풍성했던 한가위도 지나고 각자가 새해에 세웠던 계획들을 풍요로운 마음으로 정리를 하고 다소 미흡한 것을 마무리해야 되는 이 시점에, 자신에게 했던 약속마저 지키지 못한 부끄러운 마음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이목지신(移木之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지 않거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말이다.
이 말의 유래를 보면 중국 진(秦)나라 때 불신 풍조가 만연하여 아무도 남을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또한 백성들도 나라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법치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로 했던 시기에 진나라 왕 효공(孝公)에게는 상앙(商鞅)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명재상인 상앙은 3장(약9m)높이의 큰 나무를 남문 저잣거리에 세우고는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상금 십금(十金)을 주겠다.”라고 말했다.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나 신관이라는 사람이 그것을 옮겨 놓고는 상금을 받으러 왔습니다. 약속대로 상금을 주었고 그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하였으며 불신 풍조가 사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진주캠퍼스는 한국폴리텍대학 내에서도 학위가 수여되지 않는 기능사양성과정으로 다양한 계층의 교육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이부터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 청년 실업자와 이제 성년으로 대접받길 원하는 20세의 젊은이로부터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너무 아쉬운 50세를 넘긴 베이비부머 세대까지, 학력과 나이 , 처해진 환경이나 살아가는 방식 등이 서로 다른, 진주캠퍼스에 모인 교육생의 하나 된 목표는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여 사회에 떳떳한 일원으로 시작하거나 되돌아 가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폴리텍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은 ‘입학이 곧 취업이다’ 이라는 약속을 믿기에 기꺼이 1년이라는 긴 세월을 간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근무하는 필자는 무한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학생들의 목표인 취업을 위하여 무엇이 정말로 교육생들에게 필요한지를 뒤돌아보고, ‘입학이 곧 취업이라’는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또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 하고 있는지, 오늘을 계기로 반성하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우리에게 독립 운동가이자 교육자로 알려진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일화를 보면 약속이 개인의 목숨보다 더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선생의 상해 임시 정부시절 동료 독립운동가의 딸에게 내년 생일 때에는 꼭 생일 선물을 주기로 약속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음 해 생일날, 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료 독립운동가 딸의 생일 선물을 주기위해 친구의 집을 방문하던 선생은 마침 윤봉길 의사의 의거 때문에 잠복해 있던 일본 순사에게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경우 하나마 보더라도 선생에게는 약속이야 말로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산 선생님의 약속을 가슴에 새기면서 우리 소중한 제자들에게 ‘취업 꼭 할 수 있다는 약속’
그 약속이 지켜지도록 오늘을 정리 하며 내일 아침 반갑게 만나 인사 나눌 수 멋진 교육생들을 생각하며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날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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