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교수
가끔 내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매사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슬럼프에 빠질 때, 이유 없는 우울증에 시달릴 때면 “무슨 인생이 이렇게 재미없을까” 싶어 두 어깨에 힘을 쪽 빼고 다닌다.
특히 어린 시절 순수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보고 있다 보면 예전의 향수와 추억에 잠겨 한참 동안 추억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적 편지를 모아 두었던 것이 참으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아온 삶의 기록이 편지 속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몇 년 전 이 편지 상자를 이사하는 도중에 잃어버렸다. 양이 많아서 큰 쇼핑백에 담아 끈으로 묶어두었는데 엄마가 버리는 것인 줄 알고 버렸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돌아와 방 정리를 하면서 그것만 안보여 물어보니 날벼락 같은 대답만 들려올 뿐 찾을 수는 없었다.
그 때의 내 심정은 차마 설명할 길이 없다.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온 친구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편지를 내 실수로 인해 한낱 쓰레기로 처분해 버렸으니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 안의 무언가가 무너지는 슬픔이 있었으니, 그건 다시는 시간을 되돌려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몇 백통의 편지를 잃어버린 지금, 내겐 몇 십 통의 편지만이 남아있다. 그 이후에 받은 편지들인데 솔직히 20대 때 주고받은 편지만큼 소중하게 생각되질 않는다. 그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지만 추억할 수는 있었던 것은 그 편지들 때문이었기에 지금도 나는 그 편지들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사람들은 무엇으로 과거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지 모르겠다. 힘이 들 때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오래된 친구의 편지를 펼쳐 읽는 것도 괜찮은 한 방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더불어 이동통신의 발달과 함께 편지를 쓰거나 하는 일은 낡고 지루한 일처럼 생각되는 신세대에게 편지를 한 번쯤 써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전화로 방금 한 말은 주워 담을 수도없고, 지나간 과거의 회상에 큰 어려움이 있지만 편지는 아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더 큰 의미와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에 일회성인 전화에만 매달리지 말고 편지를 주고받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
편지 쓰기에도 딱 좋은 계절이 우리들 앞에 서 있으니 이 또한 삶의 축복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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