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아름다운 신부님
신부님, 아름다운 신부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0.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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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갈 바람에 님의 예복 자락이 나부낍니다. 멀리서 님을 뵙고 있는데 혹여 그 부드러운 옷자락이 저의 볼을 스치진 않았는지요. 오호, 위대해라. 높이 빛에게 길을 연 파란 하늘엔 구름이 축복처럼 하얗습니다. 그 아래 나뭇잎들이 이제 막 물기를 잃어갑니다. 곧 저 잎, 지리라 생각하니 더욱 마음 애틋합니다. 지는 잎마저 아름다운 저 나무처럼 살리라, 그렇게 건강하게 살리라, 안으로 안으로 다짐하여봅니다. 질 무렵의 태양은 참으로 장엄합니다.

님의 외침은 지는 태양보다 장엄하고 비장하였습니다. 아십니까? 님의 외침 들으며 우리가 이렇게 떨리며 감사하고 있음을..... . 깊어가는 어둠에 비해 님들의 예복은 더욱 위대하게 눈부셨습니다. 님들은 서울 광장에서 외쳤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그 말씀 칼이 되어 짙어지는 어둠을 뚫고 멀리 퍼졌습니다. 참으로 장엄한 칼빛이었습니다. 광화문통을 뚫고 독하게 웅크린 푸른 기와집을 들썩였습니다. 거기 가엾은 여인이 겁먹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어쩌면 아직은 겁먹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탐욕에 우매하고 무지한 탓이겠습니다. 부디 님께서는 그 가엾은 여인은 용서하시되 거짓에 거짓을 더하는 그녀의 붉고 무거운 죄에는 한치도 용서치 마옵소서.

처음 하얀 예복의 님들께서 앞서서 외치시기에 뒤통수를 맞은 듯 어리버리 했습니다. 그러나 오래 생각지 않아 깨달았습니다. 권력의 거짓과 음흉에는 님들이 나서는 게 가장 때에 합당하다, 가열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야당 정치인이 나서면 정치적이라며 되려 손가락 날을 세웁니다. 학자가 나서면 밥줄을 뎅겅 끊어버립니다. 학생이 나서면 충효에 어긋나는 후래 자식이라며 앞길을 막습니다. 아줌마 아저씨가 나서면 부자도 못된 것이 나선다며 가난한 것들은 가난한 이유가 저래 나서는 거라며 국으로 처박혀 있으라며 협박합니다.

이런 때에 님들이 떨치고 일어나셨습니다. 아아, 참으로 귀한 모습입니다. 아마도 예수의 젊은 날 모습이 그랬을 겁니다. 출가를 결심하고 궁전을 나서는 석가모니의 모습이 님들의 모습 그대로였을 거예요. 너무도 감사합니다. 너무도, 사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님들의 모습에 이 땅에 태어난 일이 다시 자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오래전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켜 우리들의 저력을 확인했던 시절 이후 다시 맛보는 행복입니다. 돌이켜보면 님들은 우리들의 아픔을 외면한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 국민이 나쁜 권력에 쫓기면 언제나 따뜻이 숨겨주고 살려주었습니다. 우리가 아파하면 언제나 위로해 주었습니다.

님들이라면 우리들은 더욱 신나게 함께 나갈 수 있습니다. 님들의 아름다움이라면 기꺼이 따르며 지켜드리겠습니다. 아십니까, 우리는 끈질긴 군부를 몰아낸 다기진 국민입니다. 물론 너무 오래 참아주는 끈기도 있지만 이제 님들이 나섰으니 불의를 그리 오래 참진 않겠습니다.

가을 햇살이 따갑습니다. 막판 햇살을 먹으려 곡식과 과실들도 치열하게 싸웁니다. 이 말씀을 마치고 이미 알아둔 오솔길로 산책을 하렵니다. 며칠 전부터 코스모스가 장엄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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