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불꽃놀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0.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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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필호/ 월드아트페스타 운영위원장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축제로, 요즘에는 유등축제로 자리를 잡은 진주의 개천예술제와 함께 시작된다. 진주시에서도 20km 정도 떨어진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 진주에서 열리는 개천예술제 행사에 구경 한번 간다는 것은 정말 큰 행사 중의 하나였다.
아마도 초등학교 5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식사도 거른 채 진주로 출발할 때의 그 설레임은 반백이 넘은 지금도 느낌이 살아있는 듯 하다.
마음이 한껏 들뜬 시골꼬맹이들에게 보이는 그 많은 인파와 기차, 버스들,
한참을 걸어 도착한 촉석루의 멋스러움, 셀 수 없이 많던 노점들, 정신없이 구경을 하고, 무슨 번호를 주면서 맞추면 선물을 주던 행사장이 지금의 축제 모습과 거의 비슷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돈이 없어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했을 것이고, 이곳저곳을 구경하다보니 해가 저물었고 우레 같은 굉음과 함께 하늘을 수놓던 불꽃놀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기함과 황홀함에 사로잡혀 불꽃을 보느라 고개는 하늘로 향하고 있는데, 주위에서 사람들의 말 -저 불꽃은 어느 회사 사장이, 이건 어느 병원 원장이 쏘는 것, 저 불꽃 한방이 쌀이 한가마다라는 등-이 하늘을 향한 내 귀에 들리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난 ‘이 다음에 나도 저 불꽃을 한번 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나의 소망(?)이 되었다. 그 당시에 쌀 한가마니 구경도 못해본 내가 어떻게 불꽃을 쏘아 보겠다는 생각을, 왜 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 화려한 불꽃놀이가 아마 내게 큰 감동이었고, 충격이었지 않나 싶다.
좀 더 자라 고등학생이 되어 가장행렬과 유등띄우기 행사에도 참여한 기억이 난다. 유등띄우기 행사는 학교별로, 개인별로 유등을 만들어 해질 무렵에 남강 물에 들어가 일렬로 서면, 얼마 후 진양호에서 물이 내려온다는 신호가 오고, 들고 있던 유등을 남강 물에 띄워 놓고 나와, 그 유등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서 즐기는 행사였다.
그 아름다운 유등이, 말 그대로 강물 위에 떠서 둥실 둥실 흘러가는 걸 넋놓고 보면서 우리들은 또 각자의 소원을 빌었으리라.
그 후, 나는 전업작가가 되었고, 많은 세월이 흘러 2000년 진주 미술협회 지부장 역할을 하면서 개천예술제 행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모든 행사를 가까이에서 보고 진행하게 되었다.
그 해 우리 미협의 최고 어른이신 은초 정명수 선생님이 제전위원장을 맡으시고 전야제 행사에 직접 참여를 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 내의 내 꿈, 스스로 나에게 다짐하고 약속했던 불꽃놀이 행사가 불현듯 생각났다.
‘그래 올해 불꽃놀이에 내가 한번 그 불꽃을 쏴 봐야지!’ 하며, 예총의 불꽃놀이 실무자를 찾아가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고, 다음 해, 개천예술제 50주년 전야제 행사가 진행되었고, 시간에 맞추어 온 하늘을 수 놓은 듯한 그 장렬한 불꽃놀이에 가까이에서 참여하게 되었다.
까아만 가을 밤 하늘 높이 올라 형형색색 자신을 밝히며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는 불꽃들을 보면서 ‘그래! 내 어린 시절 개천 예술제 불꽃놀이를 보면서 나도 저 불꽃을 꼭 한번 쏘아보고 싶었던 꿈을 이제 내가 해보는구나!’ 하는 뿌듯한 자부심, 소원을 이룬 것 같은 만족감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나도 저 불꽃놀이를 막연히 보는 아이에서 구조를 알고 의미를 아는 어른이 되었음이 아닐까 라며 나의 마음을 다스려 본다.
그날 밤 내 손을 보태어 쏘아올린 저 하늘의 화려한 그 불꽃을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 꾸었던 꿈을 또 다른 어린이들이도 나와 같이 자신의 희망과 꿈을 저 불꽃 속에 아름답게, 가득 수놓길 진심으로 기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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