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정 담긴 농산물로 농촌을 디자인하다
엄마 정 담긴 농산물로 농촌을 디자인하다
  • 김봉철기자
  • 승인 2013.10.28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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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텃밭꾸러미 윤계자 대표

 
진주시 대평면 내촌리에서 ‘엄마텃밭꾸러미’를 운영하고 있는 윤계자 대표는 남다른 사업 철학으로 농촌 소득 창출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여성 경영인이다. 1999년도에 대평으로 이사를 온 윤 대표는 수몰 된 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소규모 농사 밖에 짓지 못하는 이유로 큰 수익을 얻지 못하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묘수를 떠올리게 된다. 상수원 보호구역에서는 농약을 사용할 수 없어 농산물이 생산량은 적지만 품질은 우수하다. 윤 대표는 이 점에 착안해 마을 주민들이 생산하는 신선 농산물을 한 꾸러미로 구성해 판매하는‘엄마텃밭꾸러미’사업을 시작했다. 이렇듯 마을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신선농산물만 판매하다 보니 꾸러미를 사용한 소비자들은 “신선농산물 종합세트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윤 대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텃밭 꾸러미를 더욱 활성화 시켜 소비자들에게 좋은 농산물을 제공하고 마을 농민들에게는 더 많은 수익을 창출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윤 대표는 텃밭꾸러미를 활용한 새로운 기부·선물 문화를 만들면 소외계층·농민·소비자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항상 새로운 아이템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마련하고 싶다는 윤계자 대표를 만나 그녀의 철학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윤계자 대표와의 인터뷰이다.

-‘엄마텃밭꾸러미’는 어떤 사업인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신선 농산물 종합선물세트라고 보면 된다. 내촌리 주민들과 진주지역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한 꾸러미로 구성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대평면은 남강댐 건립으로 수몰된 지역이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대규모 농사를 짓지 못하는 소농들이 대부분이다. 소농들이 농사를 지으면 자식들 챙겨주고 남는 농산물을 내다 팔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농산물마저도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 농산물도매시장에 가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리고 농협이나 대형마트가 활성화 돼 있어서 직거래로 판매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단일 품목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에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꾸러미로 모아 판매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이 사업을 계획하게 됐다.
▲ 신선농산물을 한 꾸러미에 담아 판매하는 엄마텃밭꾸러미.
-엄마텃밭꾸러미의 장점은
▲우선 이곳은 상수원 보호지역이고 재매 면적이 작아 친환경 인증을 받지는 못했지만 청정구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다. 또한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만 꾸러미를 구성해 사용해 본 소비자들이 믿음이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꾸러미는 매주 목요일에 배송하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도 꾸러미가 가족들이 편안하게 모일 수 있는 금요일에 도착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농산물도 24절기에 맞춰서 구성한다.  예를 들어 복날에는 삼계탕 재료를 구성하며 어버이날에는 과일을 주로 구성한다. 특히 제품 발송 시 꾸러미 편지를 함께 송부해 소비자와 판매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꾸러미 편지는 무엇인가
▲꾸러미 사업의 지속가능을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그 주에 판매되는 농산물의 소개나 농가 소개, 각종 행사 등 다양한 소식을 편지에 담아서 보내 준다. 편지에는 생산이력, 이름, 전화번호 등이 다 기재돼 있다. 농산물이 필요한 소비자들은 전화번호를 보고 주문할 수 있다. 그러면 자연히 소비자와 판매자의 직거래가 형성될 수 있다. 꾸러미 편지는 소비자와의 창구 역할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90대 할아버지를 꾸러미 편지에 소개 했는데 이를 보고 중앙 방송에서 취재하러 왔다. 또한 꾸러미 구성품 중 표고버섯, 파피리카가 생생투데이에 소개돼 대박이 나기도 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꾸러미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엄마텃밭꾸러미는 기존의 꾸러미들과 확연히 차별화 돼 있다. 우선 기존의 꾸러미 제품은 골지 박스에 농산물을 담아 판매하고 있지만 텃밭 꾸러미는 아이스박스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또 기존 꾸러미는 완전 생산자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제품을 접해 볼 수 없다. 텃밭 꾸러미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가서기 위해 일단 꾸러미의 형태를 다양화하고 음식 쓰레기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최근 1~2인 가구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아 큰 꾸러미, 작은 꾸러미, 맞춤형 꾸러미 세 가지 형태로 판매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다. 기존에 한 가지 형태에 거의 똑같은 농산물이 판매되는 것에서 세 가지 형태로 다양한 농산물을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판매는 당시에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맞춤형 꾸러미는 무엇인가
▲텃밭꾸러미는 현재 90%가 온라인상에서 거래되고 있다.‘꾸러미.kr 또는 daepyeong.com’에서 주문할 수 있는데 맞춤형 꾸러미는 소비자들이 이 사이트에서 자신이 필요한 농산물을 주문하면 거기에 맞춰 배송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렇듯 차별화를 꾀하다 보니 완전 생산자 중심에서 벗어나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소통하며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세 가지 꾸러미 중 제일 인기가 높은 꾸러미는
▲아무래도 최근 1~2인 가구가 많다 보니 작은 꾸러미가 인기가 좋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큰 꾸러미가 많이 판매됐지만 가을부터 작은 꾸러미 판매량이 현저히 늘었다. 사업 초기 핵가족화라는 사회 현상에 맞춰 작은 꾸러미를 구성하게 됐다.
-엄마텃밭꾸러미라는 이름이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많이 고민해서 정한 이름이다. 우선‘엄마’라는 단어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포근함을 준다. 텃밭은 말 그대로 내촌리 주민들이 텃밭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문제는 꾸러미였다. 개인적으로 엄마텃밭보따리라고 하려 했는데 주위에서 보따리는 어감이 별로라는 의견이 많아 결국 꾸러미로 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꾸러미라고 잘 정한 것 같다.(웃음)
-꾸러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5년 내촌리가 녹색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됐는데 초대 사무장을 2년간 맡았고 마을운영위원장을 2년을 맡으면서 지역 농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이 무얼까라는 고민 끝에 꾸러미 사업을 시작했다. 꾸러미 사업은 우선 소농들의 판로 개척에 큰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소득 창출에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또 사업 운영에 인력이 필요하므로 고용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경남사이버농업인 연합회에서 7~8년간 임원을 맡아 진주시 관내 80% 농가들과 연계가 가능한데 이를 활용해 꾸러미 사업의 장점이 많은 농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싶다. 
-얼마 전 팜 파티를 개최한 것으로 아는데
▲지역 농가 54가구가 참여해 농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도 하고 시식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역 가수들과 음악인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공연을 펼쳐 주민들에게 소중한 시간이 됐다. 이번 팜파티 수익금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2가정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꾸러미를 제공하는데 쓰이게 된다.
-1년을 먹을 음식을 기부하는 것은 매우 신선해 보인다
▲기부문화와 선물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지금까지의 기부는 기금을 전달하거나 쌀, 라면 등을 전달하는 일회성 기부가 많았다. 물론 이러한 기부도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지속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발단이 돼 이번에 시도했다.  만약 어떤 기관에서 500만원을 기탁한다고 가정하면 우리 텃밭꾸러미가 여기에 더 보태고 여러 가구에 1년 정도 먹을 수 있는 꾸러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혜택을 받는 가구가  100가구가 된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의 기부문화가 정착되면 농가들도 안정적으로 농사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100가구에 제공할 농산물을 생산한다면 계약 재배가 가능해질 것이고 아울러 질 높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어 농업 경쟁력을 강화 시킬 수 있는 효과도 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진주지역 은행이나 보험회사에서는 고객들에게 선물로 텃밭꾸러미를 주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이러한 기부·선물문화는 수혜자 뿐 아니라 농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판매는 많이 이루어지는 편인가
▲한 달에 200개 정도 판매된다. 수익은 나지 않지만 일이 재밌고 농업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일념으로 부족한 부분은 사비로 운영하고 있다.
-사비는 어떻게 마련하나
▲제가 운영하고 있는 물사랑 교육장이 그래도 수익이 난다. 여기서 수익이 나니까 텃밭 꾸러미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 물사랑 교육은 물의 생성과정, 생활용수인 물의 절약방법, 산업현장에 쓰이는 물의 역할 등 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제공한다.

-물사랑 교육장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대평이 바로 서부 경남의 100만 명이 먹는 식수원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1~6학년까지 교과과정 중에 물과 관련된 교육 내용이 나온다. 그래서 물과 관련된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계획한 것이다. 뜻을 함께한 4명이 모여 초교 교과과정에 맞춰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국의 교육 농장 중 물을 주제로 한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물사랑 교육장을 마련한 계기는
▲2003년도에 물의 소중함을 알리자는 취지로 물사랑 교육장 운영을 시작했다. 물사랑 교육장은 2010년에는 농식품부 주관 우수식생활체험농가지정, 한국관광공사 주관 내사랑 여행 추천지, 보건복지부 주관 지역사회 서비스 기관에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환경부 인정 환경체험프로그램에 지정돼 친환경 체험교육의 요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현재 농진청과 교육부가 주관하는 농촌교육농장 품질 인증을 받기 위해 마지막 3차 심의·인증 중에 있다. 만약 인증을 받게 되면 물사랑 교육장은 전국 유일의 물교육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물사랑 물학교 건립과 텃밭꾸러미 사업을 위한 복합센터 건립이 목표다. 이 두 아이템은 현 정부의 6차 산업에 부합될 수 있는 사업이다. 두 개의 센터가 건립되면 이를 활용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해 충분히 6차 산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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