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가 부르면 언제던지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가 부르면 언제던지
  • 양산/차진형기자
  • 승인 2014.07.0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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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성가족상담소 김수경 소장

 
1992년 한 종교단체 회원으로 재소자들을 교화하기 위해 oo교도소를 찾았던 양산성가족상담소 김수경 소장. 그는 이 계기로 성가족상담소를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oo교도소를 수 차례 방문한 후 자신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어 2002년 12월에 양산성폭력상담소를 개소했다. 이후 클라이언트(상담자) 등 지역정서를 고려해 2004년에 ‘양산성가족상담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 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자 등에게 법률 지원과 상담, 교육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게 도와주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상담소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홍보 및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상담소를 13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소장은 주경숙, 김진숙 선생님과 같이 클라이언트가 원할 때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곧장 달려가 항상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산성가족상담소’는 성폭력 상담과 가족문제, 가정폭력, 부부갈등 등 매년 1400여건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성폭력 상담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폭력 피해자 중 19세 이상의 성인이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청소년(13세~19세), 13세 미만의 피해자들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전국 성폭력 피해 신고율 6% 통계이다.
김소장은 이들에게 상담을 통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더불어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치료 프로그램으로 위안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다음은 김수경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상담소를 운영하게 된 계기를 상세하게 설명해 달라
 ▲아주 오래전 종교인으로서 재소자들의 교화를 위해 격월로 있는 oo교도소를 찾았다. 그때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2명의 재소자를 만났다.
처음 교도소를 방문했을 때 따뜻한 봄날이었으나 교도소의 방은 겨울 못지않게 추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교도소 방문이 처음이라 긴장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 있던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재소자가 말을 걸어 왔다. 그 재소자는 자신이 지은 죄가 모든 것이 다 사회때문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죄는 본인이 지어 놓고 사회 탓을 하다니 너무나 기가 막히고 황당했다. 이후 또 다른 재소자는 30대 후반이었다.
우리는 교도소를 방문하기 전 재소자들에게 이름, 주소, 연락처 등을 절대로 알려주면 안된다는 등의 교육을 교도관들에게 받는데 22년 전 어느 날 이 재소자로부터 편지가 왔다.   
편지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자매님으로 시작한 것 같다. 이 편지는 비공식적으로 보내온 것이기에 재소자가 처벌을 받을까 겁이나 교도관에게 사실을 말하지도 못했다. 그 당시 두려움으로 편지 내용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 두 재소자들의 메시지는 나에게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안겨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양산성폭력상담소를 개소했다.

▲ 양산성가족상담소 김수경 소장(가운데)과 주경숙, 김진숙 선생님은 성폭력 피해자 등에게 법률 지원과 상담, 교육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상담을 많이 하고 있는가
▲성폭력 상담과 가족문제, 가정폭력, 부부갈등 등의 상담을 하고 있다. 이중 성폭력 피해상담이 가장 많다. 

-내담자에게 어떤 형태로 상담하고 있나
▲모든 폭력상담이 그렇듯이 성폭력 상담도 위기상담으로 사정이 된 후 즉각적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
위기라는 말 자체가 피해자가 극도로 정서적인 혼란이나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피해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불안과 고통이 심해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다시 원상회복하기가 어려운 비가역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피해자들을 항상 품고 안아줄 수 있는 마음과 때로는 어머니품과 같은 변함없는 마음으로 상담에 임하고 있다.

-상담자들의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나 
▲상담을 하면서 미술치료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내담자들은 자신들이 그린 미술작품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는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습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거나 때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움을 통곡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성폭력 피해 사례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설명해 달라
▲주변에서 상담사례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특히 언론인들이 실제의 성폭력상담 사례를 집필하기 위해 문의해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지만 윤리적이 문제로 번번이 거절하고 있다.
양산시 인구 29만명 중에 단지 한 사건인데라고 단순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세하게 살펴보면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금방알 수 있다. 때문에 상담내용 등을 절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하나의 사례를 말해 줄 수 없는가
▲상담소를 개소한지 얼마 되지 않아 50대 여성으로부터 구원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이 여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수 개월 전 딸을 데리고 재혼했지만 딸이 남편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밝히며 몰래 다른 곳으로 도망가 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남편에게 붙잡힐까봐 꼼짝을 못하겠다는 상담이었다. 우리는 즉시 구축해 놓은 12개의 파출소 중 피해자의 집과 가장 가까운 파출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를 내지 않고 피해자의 집 주변에서 만나기로 경찰관과 약속을 했다. 내담자의 집에 도착해 경찰관들의 보호 속에 모녀를 안전하게 부산고속버스 터미널까지 배웅했다.그들은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가슴이 쿵쿵거리지만 모녀들이 더 좋은 가정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성폭력에 대한 정의는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성폭력이라는 단어조차도 없었다.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인간에게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말한다.
법적 개념으로는 각각의 행위가 성립되었는가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강간, 추행, 성희롱, 성기노출, 아동 성학대, 음란물 간행 및 배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등 광범위하다.
또한 성폭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공포심 그로 인한 행동의 제약도 간접적인 성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성폭력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정부는 1994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법률’을 제정하고 시행했다. 이후 2010년 이 법을 폐지하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법무부)과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여성가족부)을 제정·시행했다.
이러한 법들로 성폭력범죄 처벌 및 예방, 그리고 피해자의 보호 등 성범죄자의 사후관리 및 재범방지가 강화됐다.

 
-상담소에서는 하는 주된 일은
▲가정폭력, 성매매, 가족문제, 외도, 법률문제 등을 상담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상담과 교육 그리고 홍보와 캠페인, 조사연구 및 연대사업 등 기타 활동사업도 펼치고 있다.

-연대사업은 무엇인가
▲경남도내에 있는 상담소 시설협의회(상시협)와 전국 성폭력 상담소 시설협의회(전성협)와 함께 법률문제, 인권문제 등 여러 가지 지역현안을 다루며 이와 연계한 사업이다.

 
-또 다른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성교육 사업이다. 예전에는 성교육 및 성폭력예방 교육을 주로 학교에서 전학년을 대상으로 넓은 강당에서 실시했지만 교육의 효과는 크게 없었다.
그래서 2003년 중학생을 대상으로 반별 형태의 수업을 실시해 봤다. 학생들에게 교육내용이 잘 전달됐다.
이에 초등학생을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고 중·고등학생은 학년별로 나누어 교육을 펼치고 있다.
기타사업으로는 스티커, 호루라기, 휴대용 칫솔, 물티슈, 상담소 리플렛, 미니구급밴드함, 소식지, 메모지, 돗자리 등을 상담소 홍보용으로 사용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그리고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직장을 찾아가 성희롱예방교육 및 거리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애로사항은 없는가
▲1990년대 중반 처음 받았던 상담은 양부에 의한 미성년자 성추행사건이었다. 지금의 법률로는 유사강간죄이다.
 당시 미비한 법률과 근무자 부족으로 피해자의 의료 및 심리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2003년부터 정부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지원과 심리지원비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는 자신의 노출을 꺼려해 지원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실정이다.

-상담소를 도와주신 분들을 소개해 달라
▲그동안 수퍼바이저이신 대학원 교수님과 동문들 그리고 소진된 내 에너지를 재충전해 주는 내담자, 또 원활한 운영을 위해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양산시,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있는 후원님과 목표를 같이 했던 활동가들이 있다.
이들 외 내담자들에게 안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 양산성가족상담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별 형태의 성교육 및 성폭력예방 교육과 기타 사업으로 상담자 미술치료, 거리 홍보 캠페인 등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성교육은 3~4세용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동화 구연을 이용한 인형극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치료를 활용해 성 교육 프로그램, 다문화 가족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담자의 특징에 따른 치료와 교정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양산/차진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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