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소장 여백의 美와 먹의 농담에 빠지다
건설현장 소장 여백의 美와 먹의 농담에 빠지다
  • 이경화기자
  • 승인 2014.07.15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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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 근로자 복지관 묵향회 월성 이상재 회장

 
진주에서 하동방향 국도를 따라 승용차로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사천시 곤명면 송림마을 입구에 제법 큰 규모의 건설현장사무실이 있다.
입구에는 진주-광양 복선화 제2공구 노반건설 현장 사무소란 간판이 걸려 있다. 이곳은 사천시근로자 종합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문인화반의 묵향회 월성 이상재(49) 회장이 근무하는 사무실이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로 들어가 보니 신발장에는 온통 흙이 묻어있는 투박한 작업화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는데 아무리 봐도 이곳 신발의 주인들을 통솔하는 이가 화선지에 먹물을 튀김질하는 작가라고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디선가 나오는 향긋한 묵향은 후각을 자극시키며 기대를 갖게 했다. 사무실 한편의 작은 공간에서 새어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소장실로 들어섰다.
건설기술사와 예술가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주인공의 첫 인상은 좋았다. 그의 인생철학과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그의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이상재 회장과의 일문일답.

-남광토건주식회사에 언제 입사했나
▲1992년 부산수산대학교(현 부경대)를 졸업하고 1992년 10월 27일 입사하여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첫 근무지인 대구 성서공단조성공사를 시작으로 서울-분당간 고속화도로공사, 국도29호선 개수공사, 웅포대교공사, 경의선 철도공사, 중앙선 철도공사, 전라선BTL공사 등을 거쳐 현 경전선 철도공사 현장에 근무하고 있다.

-경전선 복선화 제2공구 철도공사는 어떤 공사인가
▲경전선은 경부선 삼랑진역에서 호남선 송정리역(광주)까지 연결되는 노선으로 총 300km 정도의 연장이고, 단선 철도를 복선으로 확장하고 선형을 개량하는 공사이다.

-이번 공사는 언제 시작하여 언제 준공되나
▲제가 일하고 있는 현장은 경전선 전체 노선 중 진주-광양 구간의 일부이고, 2009년 9월 10일 착공하여 2015년 준공 계획이다.

-(제2공구) 현장의 공사금액은 얼마인가
▲계약금액은 약 1015억원이다.

-공사 현황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말해 달라
▲철도공사는 토목공사와 궤도공사로 나눌 수 있는데 제가 하는 공사는 토목공사로 노반공사라고 한다. 노반공사 완료 후 궤도와 시스템분야 공사가 이루어진다.
현재 약 85%의 공정으로 내년 상반기 노반공사 완료 계획이다.

 
-공사가 끝나면 국민들은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나
▲이 공사가 완전 개통이 되면 국가의 사회적·경제적 발전으로 생활권 확대와 사회적 간접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요구되어 보다 광범위한 교통 인프라 확충이 된다.
게다가 부산-광주간 약 7시간30분의 소요시간이 약 4시간 정도로 단축되고, 선형개량으로 인한 여객편의성이 향상된다. 또 물류를 이동하여 경제에 이바지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사를 하면서 현장소장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나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시간까지 매일 긴장이 된다. 완전 개통을 해야 긴장이 풀릴 것 같다.

일부 지역주민들은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고, 지역 이기주의에 의한 민원 등이 있지만 건설업은 한편으로 생각하면 복지사업인데 주민들이 많은 이해를 해주시면 저희들 작업 근로자들은 아무리 힘이 들고 해도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반면 어떤 보람 있는 일도 있었나
▲제가 한 공사로 인해 지역민의 생활환경이 개선되고 지역간 이동이 편리해질 때 보람이 있었고, 근무했던 지역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갈 때 즐겁다.
그중 지금 현장은 우리 묵향회원님들을 만나서 정말 행복하다.

 
-주민들은 회사에서 공부할 수 있는 사무실을 제공했다고 하던데
▲공사로 인해 문인화 수업을 하시던 분들이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사무실 일부를 인근 주민들의 문화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생활에 활력을 주는 문화강좌 개설 공간으로 제공하게 된 동기이다.

-그럼 교재와 소모품도 무료로 주나
▲크게 지원 한 것 없고 다만 국책사업이지만 저희 현장 여건 때문에 공부방이 없어지는 것을 볼 때 안타까워 제 개인의 판단으로 처음엔 민원 해소 차원의 성격을 띠고 장소와 소모품 일체 등을 현재 지금의 사천시 근로자 종합복지관으로 문인화 수업을 옮기기까지 지원했다.

-자택이 부산이라는데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얘들 학교 때문에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주말부부 생활을 했다. 요즘은 교통도 좋고 통신수단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항상 가까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진주는 부산과 가까워 평일에도 다녀올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일이 바쁠 때는 한달 정도 집에 못갈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게 됐다.

-소장님은 밤 시간을 이용하여 문인화 공부를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이곳 현장이 저의 제 2인생을 바꾸었다고 생각한다. 우연하게 문인화 수업을 하는 교실이 저의 현장에 편입되면서 공부할 자리가 없어져 이곳 현장 사무실 한 칸을 주민들의 문인화 교실로 사용토록 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과 함께 소통과 성찰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정신문화의 가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건설현장 소장이 문인화 작가로서 어떤 변화가 왔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 달라
▲제가 이곳 현장에 발령받아 공사를 시작하면서 문경 진관휘 선생이 이곳 주민들에게 문인화 수업을 하는 것을 구경하고 나서부터 문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희들의 건설현장 직원들의 대부분이 낮에는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밤에는 막걸리 한잔이라도 하는 게 대부분으로 이곳 생활이며 저 역시 야간 음주에 숙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3~4년은 근무해야 하는데 술로 나의 젊은 시절을 허비하기는 싫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직장의 객지생활을 하면서 나의 좀 더 먼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밤만 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붓을 들고 문경 선생님께 지도를 받았다.
그리고 수업이 없는 날에는 저희 사무실에 마련된 공부방에서 혼자서 끊임없이 붓을 잡고 놀았다. 물론 업무시간외의 제 개인시간을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각종 공모전에 출품하여 2011년 6월 29일 제5회 대한민국새하얀미술대전 특선과 2011년 12월 30일 2011 월드아트페스타 입선, 2012년 6월 27일 제6회 대한민국새하얀미술대전 특선, 2013년 6월 26일 제7회 대한민국새하얀미술대전 대상, 2013년 12월 10일 제1회 대한민국전통공예대전 특선 등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 모두가 저에게 월성이란 아호도 지어주시고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신 문경 선생님과 우리 묵향회원들의 격려 때문에 얻은 결과로 모든 분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건설기술사와 문인화 작가의 매력이 있다면
▲기술사는 그 분야의 많은 경험과 학문적인 바탕이 있어야 주어지는 자격이므로 기술자로서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 있다. 문인화 작가는 일상을 떠나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작가들이 작품을 탄생시킬 때 희열을 느끼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에 가족에게 한마디 해달라
▲주중에 혼자 지내며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차분히 생각도 하다가 주말에 한 번씩 집에 간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낼 시간이 부족해 미안한 생각을 많이 가진다. 향후에 퇴직한다면 매사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문인화는 제게 있어 명상과 같은 것이다. 그림을 그리며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나와 대화를 한다. 인생의 적당한 때에 이런 좋은 인연들과 이런 기쁨을 누리게 되어 많이 행복하다. 독자 분들도 저와 같은 기쁨을 찾으시길 기원한다. 이경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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