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레지던시로 죽은 공간이 살아나다”
“아트레지던시로 죽은 공간이 살아나다”
  • 창녕/이철우기자
  • 승인 2014.08.1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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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군 (사)부곡문화예술센터 임현숙 기획자

 
창녕군 부곡면에 위치하고 있는 (사)부곡문화예술센터는 2011년도에 개관했다.
경남도 젊은 예술가들을 육성할 수 있는 레지던시 시설과 작품 발표공간인 SPACE uFo가 있으며, 현재 이곳은 창녕군 부곡지역의 유일한 전시공간이자 창작공간이다.
우연히 들렀거나 혹은 직접 찾아와서 그림을 배우고, 전시를 관람하고 간 인근 부곡, 영산면, 남지면, 계성면 등의 주민들과 타 지역관람객이 올해 들어 300~400명가량이다.


다음은 부곡아티스트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임현숙 기획자와의 인터뷰이다.

-올해부터 미술작가들이 들어와 살면서 이곳에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 그 전에 사단법인 부곡문화예술센터는 어떤 곳인가
▲가끔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이 센터가 군이나 도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이곳은 엄연히 개인사유지이다. 지금은 문화예술관련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대민예술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공장소이긴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기획자의 부재로 방치 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한 개인인 설립자의 뜻에 의해 비영리법인으로 만들어 진 곳이기 때문에 실상으론 센터운영에 어려움이 있지만 차츰 다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상태이다 보니, 건물의 구석구석에 노후 된 부분이 많아서 안전이나 시설설비 관련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총 1300여평의 대지위에 두 동의 건물이 있고 현재, 단기입주작가를 비롯 여섯명의 작가가 작가휴게실에서 숙식을 하고 있으며, 전시공간과 여섯 개의 창작아뜰리에, 그리고 공동 취사구역과 주차시설이 있다.

▲ 벽화 스케치 모습
-상반기 동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들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 공간을 찾는지
▲서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을 이곳 부곡에 걸었다고 해서 일부러 보러 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피카소나 고흐그림처럼 대단한 그림이면 모를까. 다만 이 곳이 관광지이다 보니, 부곡을 방문한 타지인들이 잠시 일정이 비는 시간을 이용해 혹시 전시가 있는가하며 살그머니 둘러보고 간다. 주로 인근의 밀양, 포항, 울산, 대구에서 많이 오고 가끔 서울이나 경기도, 강원도에서도 오는 사람들을 보면 이 곳이 관광지임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휴일이면 삼삼오오 기족단위로 많이 오는데, 월요일 휴관이 있긴 해도 멀리서 왔다고 하면 24시간 상주를 하는 입장에서 불쑥 방문한 사람일지라도 항상 전시장을 보여 줄 수 밖에 없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5월부터 단 하루도 전시장을 비우지 않았다. 지금까지 입주작가들의 개인전이 연속으로 있었고, 간극이 생길 때는 소장품이라도 걸어 두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5월부터 하루 평균 4~5명이 꾸준히 드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 창녕군 계성면 관상리 벽화
-아트레지던시의 정의는
▲아트레지던시(art residence)란 거주형태의 미술창작프로그램을 가리킨다. 미술작가에게 창작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전시행사와 워크샵 등을 통해 국내외 예술교류를 하고 지역 주민과 연계한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일반 시민의 예술 수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기본적인 취지다. ‘부곡아티스트레지던시’는 올 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그리고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전국공모를 통하여 미술작가 다섯 명(손창수, 양송희, 오종은, 임준규, 장재형)을 선발했다. 선발된 입주작가들은 5월부터 9월까지 부곡에 머물며 매달 30만원의 창작지원비와 창작공간, 그리고 재료비지원과 전시지원 혜택을 받고 공동생활을 하면서 마을주민들과 다양한 교류를 해 오고 있고, 부곡의 경우 78℃의 유황온천과 깨끗한 자연환경, 교통의 편리한 접근성으로 점점 많은 작가들이 선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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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 육성 창작공간
현재 다섯명의 작가로 구성
거주형태 미술창작프로그램

마을회관 벽화 그리기
아동·청소년 문화교실 등
지역주민과 함께 상호소통

관광객 방문 언제든 환영
창작의 즐거움 전해드리고파

내달 26일 최종 오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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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곡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잠시 일정이 비는 시간을 이용해 전시를 감상한다.
-외지에서 온 작가들이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나. 그리고 효과는 어떤가
▲ARKMAn(ART+WORK+MAN)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회관에 벽화를 그리고, 5~95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에게 그림도 가르치면서 상호교류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90년 만에 그림을 그려본다는 어르신의 고백에 20대의 젊은 작가들이 감동을 받기도 하고, 마을에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고민해 주기도 한다. 이번 여름방학 때에는 인근의 다문화가정, 한부모, 맞벌이부부의 자녀들을 포함한 초·중·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회화, 사진, 설치 등의 수업을 했었다.
이때 아이들이 부모님이나 학교선생님께 털어 놓지 못하는 고민을 이야기하는가하면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해 관심과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작가들 또한 아이들에게 창작의 묘미와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순수한 동심에 깊은 인상을 받기도 했다.

-인근마을과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창녕군 계성면에 70여 가구가 사는 계성관동마을이 있는데, 고령화 현상으로 ‘마을청년회’ 회원들 중엔 60대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 마을에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마을회관벽면 미관사업에 부곡아트레지던시 입주작가들이 어른들의 장수와 건강을 기원하는 십장생도를 그려 넣었다. 열흘간의 강행군으로 완성된 이 벽화는 마을과의 자매결연을 맺도록 이끌어 주었으며, 그 이후로 마을과 작가들에게 크고 작은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5월에 있었던 부곡과 홍콩과의 교류전은 어떤 것이었나
▲세계3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5월, 홍콩엔 매해 세계 각국의 작가들과 기획자들, 미술품 컬렉터들이 일제히 모여든다. 부곡의 입주작가인 오종은 작가와 함께 기획자가 홍콩아트바젤14를 참관했고 홍콩의 가장 핫한 호텔페어인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쇼’에 부곡의 입주작가 4인의 작품을 포함, 미국의 데이빗 로이(David Leroi), 이태리의 피터카파(Peter Kappa), 프랑스의 베네딕 폰네일(Benedicte Fontencile) 등 국내외 작가 10여명의 작품 50여점을 전시했고, 부곡으로 돌아와 ‘REPLAY’전시로 다시 리뷰전을 가졌었다.

-종암산 정상의 돌 안착식은 어떻게 이루어 졌는가
▲부곡 온천장에서 두 시간 산행거리의 종암산이 있다. 이곳 정상을 넘으면 영취산을 지나 화왕산까지 연결되는 중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석이 없었다. 때문에 가끔 이 길을 지나쳐 산을 더 넘었다는 등산객의 이야기를 듣고 지난 겨울, 부곡문화예술센터에서 전시를 하고 돌아간 어느 조각가가 ‘정상석’을 만들어 보내 왔었고 6월에 주민들과 이 정상석을 안착시키는 행사를 가졌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보면 꼭 오픈 스튜디오를 하던데
▲지난 7월 12일 미술계의 관련인사들을 초청해 강연과 세미나를 포함한 오픈스튜디오가 ‘...in Summer’가 있었고, 오는 9월 26일엔 이틀간 최종 오픈스튜디오를 실시한다. 보통 이 기간에는 각종 워크샵과 세미나, 아티스트토크가 동시에 이루어지지만 가을오픈스튜디오 때에는 이례적으로 ‘제2회 부곡코미디영화제’ 개막과 일정을 같이한다.
코미디영화제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입주작가들의 작업실을 구경할 수 있으니까 많이들 와 주셨으면 좋겠다. 오픈스튜디오 때 통상 미술계 관련자들이 방문해 작가와 작업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가 이루어지며, 나아가 전시의 제안이나 계약, 작품 판매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 주로 시를 노래에 접목 시킨 이 진 선생님의 공연
-그러면 오픈스튜디오 이후의 작가들은 어떻게 되는가
▲오픈 스튜디오 후인 10월 1일부터 열흘간 그동안 부곡에서 제작된 작품들을 총 디스플레이하여 전시되는 이른 바 결과물 전시 ‘라 스따시옹(La Station)’이 이루어진다. 그 전에 입주작가들은 추석연휴가 끝난 9월 15일경 일제히 작업실퇴실을 하는데 이때에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형식 상 종료된다고 보면 된다.
‘라 스따시옹(La Station)’은 9월 초, 한 달간 단기로 부곡문화예술센터에 입주하게 될 프랑스의 엘레노오흐라는 작가와 기획자가 레지던시 입주작가들과 협업한 작품을 포함해 그동안의 창작품이 열흘 간 선보일 예정이다. ‘라 스따시옹(La Station)’이란 정거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시간을 내포하고 있고 이동 중에 생기는 한 지점을 가르킨다는 뜻이 담겨 있다. 부곡이 온천장과도 연결된 휴양지이고 작가들의 예술활동의 근거가 될 관측소(연구소)등의 개념을 내포하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뒤이어 10월 11일부터 21일까지는 주민연계프로젝트에서 제작 된 주민들의 미술작품(회화, 사진, 설치작)으로 만든 ‘감희예 꿈’(감성, 희망, 예술, 꿈)전시가 개최될 것이다. 프로그램이 끝이 나고 전시도 막을 내리면 작가들은 6개월간의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기획자는 이곳 생활에서 가장 인상이 깊은 때가 언제인가
▲부곡초등학교, 남지남중학교, 남지여중학교, 창녕고등학교 등 지역아이들과 보낸 시간이다. 감자꿈프로젝트(감성으로 자라는 꿈)라고 한국마사회의 수익금을 재원으로 하는 ‘농어촌 희망재단’에서 강사료와 재료비를 지원받아 40여명의 지역청소년을 대상으로 작은문화교실 형식으로 진행했었다. 수업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개인에 대한 설문조사와 미술심리테스트를 실시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갖고 싶은 것, 자신에게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돈’으로 꼽았다. 그것도 괄호 열고 ‘큰 돈!’ 괄호 닫고…. 언젠가 아이들에게 “1억이 생긴다면 나쁜 일이라도 하겠나?”는 물음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예스”라고 대답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제대로 된 예술교육과 도덕교육이 밑받침되지 않아 인성교육이 부족한 참으로 안타까운 단면이다. 그러나 대부분 미혼인 입주작가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아이들에게 열과 성의를 다했고, 그 중에서도 예술가선생님들과의 사진수업이 특히 좋았다고 말한 한 아이는 학교에서는 진도를 빼기에 급급해서 지루했던 미술시간이었는데, 이곳의 미술작가선생님들은 너무 재미있게 가르쳐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회 차를 거듭할수록 수업이 어느 정도 끝나갈 땐, 아이들이 진한 아쉬움을 숨김없이 표현하기도 했다.

▲ 임현숙 기획자와 겨울연가 작곡자 데이드 림
-계획하고 있는 작품 전시는
▲16일 겨울연가로 많이 알려진 작곡가 데이드 림씨의 피아노곡의 연주와 작가의 작품 전시가 이루어질 것이다. 특히 데이드 림씨는 일본에서 많이 알려진 피아노 치는 화가로 그림그리는 작곡자의 별칭이 있을만큼 다재다능하며  피아노 치는 손가락의 표현의 세심함이 작품속에 잘 드러나고 있다.

-끝으로
▲미술학원도 없고, 미술강사도 부족한 곳이지만, 세상의 어느 곳이나 그렇듯, 아이들은 본성을 잃지 않은 아이들일 뿐이다. 이들의 창작욕구, 호기심, 창조성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대성시키지는 못해도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시켜 나갈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시간과 인적·물적지원이 따라야겠지만 앞으로 그런 장치를 하나씩 둘씩 만들어 가고자 한다. 우리는 모든 아이들에게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골고루 제공해야 한다. 창녕/이철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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