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풍경화로 도시를 디자인하다
한 폭의 풍경화로 도시를 디자인하다
  • 이경화기자
  • 승인 2014.10.14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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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연구소 아랑(ARANG) 박상희 소장

▲ 박상희 소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위한 현재를 살아가야 진짜 내 인생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국립경상대 협력업체인 경관연구소 아랑(ARANG) 박상희(37) 연구소장은 도시를 디자인하는 전문가로 그의 손끝에서 나오는 디자인은 회색 도시가 꿈의 도시로 탈바꿈 하는 마술사의 손길과 흡사하다.

도시와 농촌을 망라하고 그의 손길이 닿는 곳은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내는 수채화 같은 디자이너이다.

박 소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일이든 누구와든 부딪히고 경험하라”며 “그렇게 얻어가는 경험치가 학점보다, 자격증보다, 공부보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이기 때문이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또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위한 현재를 살아가야 진짜 내 인생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다”며 한번 뿐인 인생에서 자신 없는 분야도 도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학박사이며 조경특급기술자이기도 하며 컬러리스트로 상명대학교 외래교수인 박상희 박사를 만나 그의 사회적 개념과 철학을 들어 본다.

다음은 박상희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ARANG’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업체인가
▲경관연구소 아랑은 도시경관을 디자인하고 주변환경을 아름답게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인 곳입니다. 단순히 도시미관을 치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 지역이 앓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 장소 안에서 사람들이 무슨 생각과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깊이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획가들이 모여 일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어떤 직책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저는 ‘ARANG’을 만든 사람입니다. 저와 함께 같은 꿈을 꾸는 전문가들이 모여 일할 수 있도록 보금자리를 만들었고, 현재 이 곳의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농촌과 도시를 어떻게 디자인 하는가. 상세하게 답해 달라
▲우선 도시디자인 분야로는 경관법에 따른 지자체 경관계획, 즉 시나 구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경관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며, 지역의 지구단위나 아파트단지, 가로환경에 대한 상세한 경관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또한, 농촌에서는 농어촌 정비법에 따른 종합정비사업이나 경관형성계획을 주 업무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했는가
▲제가 이 일을 하고 있는지 횟수로 7년째 됩니다. 석사 및 박사학위를 관련분야로 취득하였고, 좀 더 현실감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학위를 마치자마자 바로 실무에 투입하여 그간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동안 아랑이 시행한 도시는 어떤 곳이 있는가
▲그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들 중 크고 작은 지역이 많이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말씀드리자면 아무래도 가장 힘들었던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남양주의 군장이라는 작은 마을을 재정비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가꾸고 정비하는 것으로 사업비가 크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아이템들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주민들의 타일 그림작품으로 담장을 꾸미고, 마을 곳곳에 자투리땅을 활용해서 텃밭을 만들고, 공지를 활용해 버스쉘터 및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도시는 어디인가
▲현재는 경기도, 충청도, 경남도 지역의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는 진주시와 밀양시의 읍면소재지 종합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점이 있다면
▲어느 지역이든지 그 지역만의 그 주민들의 특성이 분명히 있기 마련인데 그 색깔을 찾아가고 적합한 디자인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많은 시간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마침내 적합한 디자인을 만들어가고 그 디자인에 모두가 만족해할 때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 고민을 하고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도 지역주민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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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협력으로 이해와 도움 과정 거쳐
지역 특성 살려 도시경관 아름답게 개선
전문가로 보답코자 새로운 것 도전 가치
어떤 일이든 부딪히고 경험 중요 재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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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반대로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지역에서 원하는 답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닌 이상 그 지역의 현황을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지역에 수시로 가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특히, 주민분들의 따가운 시선과 불필요한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이 가장 어렵습니다. 당연히 겪어야하는 과정이면서도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서로 협력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 마련인데, 합의점을 도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 과정을 겪다보면, 반드시 주민들이 이해하고 도와주고 아이디어까지 보내주시는 순간이 오기 마련인데, 저에게 그 순간은 그 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을 위로하면서 동시에 “전문가로써 더 나은 계획으로 보답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경상대학교에 협력업체로 등록되어 있는데 언제부터 어떤 연고로 협력업체로 선정됐는가
▲경남권에서 같은 분야에 종사하고 계시는 지인의 소개로 외부전문가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협력업체로서의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역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현황을 수시로 파악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경상대학교보다는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일적인 부분에서 신뢰를 위한 설득이 필요합니다.

-이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계신데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
▲상명대학교에서 조경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오랜 기간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뒷받침이 되어준 곳입니다.

-‘조경특급기술자’를 독자들이 좀 더 알기 쉽게 어떤 기술자인가
▲조경분야에서 실무와 학력을 두루 갖춰야하는 자격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자로서 이 과목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만들고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기획하고 만들고 실제로 표현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조경은 야근도 철야도 많고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남자들에게 유리한 분야라 생각하시지만, 여자들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어느 분야든 남자와 여자가 협력할 때 가장 이상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컬러리스트라는 호칭을 받고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색채를 계획하는 전문가를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색을 가지고 일하는 것에 대한 큰 매력을 느낄 뿐만 아니라 조경에서도 색을 다루어야 하는 필요성이 많기 때문에 소지하게 되었습니다.

▲ 경관연구소 아랑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그 지역만의 특성을 살려 도시경관을 디자인하고 있다.
-대학교수로서 어떤 과목을 지도하는가
▲대학에서는 주로 설계나 계획과 관련된 과목을 지도합니다. 크고 작은 대상지의 조경설계나 경관에 대한 계획을 지도합니다. 학생들과 디자인 과정을 통해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면서 전공에 대한 보람을 느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다시금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학생들에게 어떤 철학을 심어주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일이든 누구와든 부딪히고 경험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전공에 얽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일과 함께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무조건 실행하라고 합니다. 그것이 실패를 앞두고 있어도 말입니다. 그렇게 얻어가는 경험치가 학점보다, 자격증보다, 공부보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박사님의 개인적인 인생 철학이 있다면
▲거꾸로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안전한 것을 추구했던 것 같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경계를 치고 그 안에서 최고가 되려고 했던 것이죠. 그래서 지금 저는 자신이 없는 부분에서도 도전해보고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스스로 계획적이고 계산적이었던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위한 현재를 살아가야 진짜 내 인생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
▲얼마전 경남권 일을 진행하면서 결혼을 했고, 지금 제 곁에는 남편이 있습니다. 너무 바빠 결혼식 전날까지도 철야하고 신혼여행도 제대로 못갔지요. 그래서 저에게는 진주 프로젝트가 그 어느 지역보다 더욱 힘들었고 덕분에 평생 기억에 남는 일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남도민신문 독자분에게 한말씀 하신다면
▲경남은 올 때마다 느끼지만 굉장히 능동적이고, 여유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주민들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부분들이 도시의 매력을 한껏 드높이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제나 밝고 매력적인 경남이미지를 만들어주시는 지역 주민분들께 도시를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써 감사드리고, 저희 전문가들과 공공기관 관계자분들도 경남을 위해 발로 뛰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경남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경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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