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축하받는 졸업식
모두가 축하받는 졸업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2.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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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관광과 교수

2월 들어 전국적으로 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다들 설 명절 전에 마치느라 여러 학교들이 같은 날 겹쳐서 손에 꽃다발을 든 학부모와 학생들을 시내에 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졸업식은 졸업하는 모든 학생들의 순조로운 학업과정의 이수와 다음 단계로 진학하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다.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이수하는 모든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그러나 졸업식장에 가보면 우두커니 자리에 앉아있는 대다수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맨 앞 한 줄과 나머지로 분류되어 있다. 몇몇 학생들은 앞자리에 앉아 있다가 호명되면 단상에 올라가 상을 받게 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한 학생이 두 개 이상의 상을 받을 때도 있다. 나머지 학생들은 멍하니 앉아 그 아이들의 수상을 박수치고 교실로 돌아가 담임교사의 종례를 마치고 나서야 학부모들과 식사를 하러 간다.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시상하고 여러 학생들의 귀감을 삼는 것은 필요하지만 나는 소수의 그 우수생들보다 다수의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인다. 나도 동참되는 자리가 되어야 주인의식도 생기고 책임감도 따르는 것이 아닌가. 돌이켜보면 사소한 일에서도 칭찬과 인정을 받는 경험이 살아가는 데 자신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졸업식장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뉴스를 보고 어찌된 일인지 궁금하여 자세히 읽어보았다. 일률적인 시상식 보다는 동영상을 통해 전교생의 그동안 활동을 보여주며 추억을 되새기고, 모든 학생이 호명되어 단상에서 졸업장을 받았다고 한다. 학생들을 한 해 동안 지도하다보면 정이 들고 아끼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평소에는 그런 마음을 표현할 상황이 별로 없다. 졸업식 날 담당교사가 학생들과 마음을 드러내어 진심어린 축하와 진학 후 당부말씀을 해주니 학생들은 그에 공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요즘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학교생활을 돌이켜보면 일탈하고 빗나가는 행동을 하는 근본이유는 사실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늘 순위를 매기는 잔소리를 듣고 인정을 못 받으면 겉돌게 되는 것이다. 그런 불만이 쌓이면 관심을 끌기 위한 엉뚱한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본다.

학업성적은 성실함을 인정받는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척도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간편하고 빠른 평가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대상이 아니다. 내재되어 있는 능력이 빨리 나올 수도, 좀 늦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게 또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졸업식의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 아이의 존재감이 없는 졸업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마음에도 서운함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제 학교 졸업식에 학생들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되는 축하의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세심한 교육적인 배려는 더 발전적인 학생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당부해보자. “그 동안 수고 많았다. 이제 이곳을 떠나지만 더 큰 곳에 가서 너희 자신의 능력을 연마하고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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