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영혼을 팔아 창작을 하는 화가
나는 내 영혼을 팔아 창작을 하는 화가
  • 함양/노승원
  • 승인 2015.03.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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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을 이겨내고 열정을 그리는 이목일 화백

▲ 호랑이 1만 마리를 그려 ‘호랑이 화가’라고도 불리는 이목일 화백이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이목일 화백(64)을 함양 자택에서 만났다. 뇌졸중으로 쓰러진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쪽 팔과 다리가 불편하다. 잘 나가던 서울에서 낙향하여 지금은 고향 함양에서 그림을 그리며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화실 벽엔 “원색은 진실이다”라는 글을 써 붙여 놓았는데, 그림도 원색적으로 강렬했고, 붉은 열정이 있어 보였다. 이 화백은 스스로 ‘나는 내 영혼을 팔아 창작을 하는 화가’라고 말했다. 한 번 붓을 잡으면 열 시간이고 스무 시간이고 그림에 몰두하고 있다. 붓을 움직이면 기운생동하며 그는 슬픔을 마시고, 눈물을 마시고, 고통과 고독을 마신다고 한다. 활화산 같은 열정이 분출되는 그의 그림세계와 철학을 들어 보기로 한다.

▲ 이목일 화백이 함양의 자택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이 화백과의 일문일답.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지는 유치원 때부터니까 평생 그림을 그렸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지요. 그러니까 50년은 되네요.

-지금까지 그리신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느 것이고, 왜 그런지요
▲사실 그동안 무수한 작품을 해왔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라고 딱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 점 한 점이 모두 열정이고 스스로에게 감동을 줬기 때문입니다. 또 감동이랄까? 아니면 만족이라고 할까? 뭐 그런 나만의 희열 때문에 또다시 다시 붓을 들곤 하지요.

-2011년에 뇌경색이 와서 투병생활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선생님 몸 상태는 어떠한지요? 이목일 화백의 그림을 말하면 투병전과 후로 나눌 만큼 회화 철학이 확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보시는 대로…. 이 또한 예술가에게 주어진 시련이고, 이 시련을 넘어서는 투혼이 작품에 스며든다고 생각하지요. 또한 이 쓰러진 것도 운명이며 반드시 그림으로 이겨나갈 것입니다. 건강은 하루하루 좋아 지고 있습니다.

-약력을 보면 함양에서 태어나 일본 미국 유학을 거쳐 주로 대 도시에서 활동하셨는데 고향 함양으로 내려오신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안의 용추계곡에 예술마을을 운영하며 후학을 키우기 위해서인데 쓰러지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지요.

-현재 함양에서 무슨 활동을 하시는지 근황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에게 주어진 것은 창작입니다. 하루 종일 작품구상과 그림 그리기 또 그림이 안될 때는 지리산으로, 남해로 한 바퀴 돌아보곤 합니다. 진주에 가서 영화도 보고요. 국제시장 개봉 때 가서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그냥 막 눈물이 나데요.

-요즘 작품 전시회 준비 때문에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전시회를 가집니까
▲저는 1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합니다. 저는 전업 작가 아닙니까? 그래서 그림을 팔아서 먹고 사는 프로 화가입니다. 이렇게 한길 가다 보니까 시련과 애환이 많습니다. 이번 전시는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6월 24일부터 29일까지 1주일간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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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인생 50여년 ‘나의 모든 것’ 
미국·일본 유학…도시서 활약

뇌졸중 시련 뛰어넘어 투혼 발휘
고향 함양서 창작 자유로움 ‘만끽’

1년에 한번 개인 전시회 열기도  
올해는 6월 24~29일까지 창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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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선생님의 가족에 대해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저는 독신으로 근 30년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혼자입니다. 혼자가 편할 때도 있고 불편할 때도 있습니다. 그림그릴 때 좀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저 같은 사람에게 어느 누가 와서 도움을 주겠습니까?

-호랑이 1만 마리를 그리셔서 이목일 하면 ‘호랑이 화가’라고 떠 올리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호랑이를 특별히 많이 그리신 이유가 있는지요
▲호랑이 1만 마리를 그렸는데, 그리게 된 동기는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 호랑이가 나타나 선몽을 해 주었습니다. 이 호랑이 그림이 뉴욕과 베이징 올림픽 때 한국을 대표해서 전시되었지요. 타이거우즈가 한국에 왔을 때 제 그림 12점을 사갔습니다. 그리고 묘하게도 선거 때 이 호랑이 그림을 걸어 두면 90% 이상은 당선이 되었어요. 뭐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생각되지만서도 참 신기하더라고요.

 
-그림을 그리시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 힘들었던 때에 대해 말씀 좀 해 주세요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작품이 인정받을 때와 팔릴 때죠. 하하 저는 프로 아닙니까? 그런데 시골 중소도시에서는 잘 안 팔려요. 시골 화가들은 상당히 어려운데 그렇다고 좋은 묘안도 없어요. 요즘은 완전불경기라서 더욱 더 어렵습니다. 시골사람들은 평생 그림 한 점 안 사봤으니까 그림을 산다는 개념이 없어요. 어디 화랑 같은 곳에 가보기나 했겠어요? 또 문화 예술에 관심도 없고요. 역시 서울입니다. 서울로 가야 먹고 삽니다. 지방작가 활성화는 뭐니뭐니 해도 지역 관청기관에서 작품을 구입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도시로 다 떠날 수밖에 없어요. 저 역시 여길 떠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여쭈어 보기 참 곤란한데요. 이 화백님의 작품가격은 대충 얼마쯤 합니까
▲아~참 어렵고도 쉬운 질문을 하셨네요. 일반인들이 사실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아닙니까? 그림은 화랑에 나오면 일반상품과 다를 게 없죠. 그래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데 솔직히 제 나이나 화력 정도면 1호당 40만원에서 50만원쯤 받습니다만, 저는 1호당 30만원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1호의 크기가 어떻게 됩니까
▲아! 1호의 크기는 통상 엽서 한 장 크기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10호라면 300만원이 되지요. 이렇게 계산하면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절대 비싸지 않은 가격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림가격을 물어 보는 걸 뭐가 쑥스러워하고 묻는 것을 실례로 생각하고 있고 아직은 생활화 되어 있지 않고 있습니다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작품 설명과 가격을 거침없이 묻습니다.
작가에게 충분히 작품 설명을 듣고 가격흥정을 하여 서로 적당한 선에서 소장을 합니다. 우리도 언제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될까요. 그리고 컬렉터(소장가)들은 작가의 활동 나이, 그림풍, 인기도 등등을 인터넷으로 검색도 하고 전문가에게 묻고 하여 신중하게 작품을 소장합니다.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그러면 이런 기회에 한마디만 더 드리겠습니다. 그림을 매입한다는 것은 시골에서는 쉽지가 않죠. 그러다 보니 지방 화가들이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역시 지역 관청에서 매입하여 소장하는 것이지요. 일련의 예로서 남해에 계시는 화가 한분이 참 어렵게 창작생활을 하셨는데, 당시 도청에서 작품을 매입하여 소장하게 되었지요. 그 J화가 분은 그 후 세계적인 화가가 되어 그 당시 도청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J화가 작품의 가격이 수백 배로 뛰었지요. 지금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문화재가 되어 버렸어요. 참 부럽습니다.
유럽의 세잔느나 고갱, 마네모네 같은 예술가들은 지방의 재력가들이 후원을 하였기에 지금도 작품들이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술은 영혼을 살찌우게 하고 물질은 육체를 살찌우게 하잖습니까? 문화 예술이 없는 곳을 상상해보세요. 끔찍합니다. 음악이 죽고 연극이 죽고 무용이 없다고 가상한다면 이사회는 얼마나 삭막하겠습니까?
예술가가 가난한 이유는 작품에 이문이나 상업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품이 아닌 순수 창작에만 고집하고 만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업적인 일반 공산품과는 전혀 다른 부분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희귀성 때문이죠.
그리고 또 공산품은 원가계산을 하잖습니까? 그러나 예술품은 원가계산을 하지 않아요. 또 예술품은 작가의 영감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공산품은대중의 선호도에 따라서 생산되잖습니까? 이 부분이 확연하게 틀립니다. 예술과 상품의 차이에 있어서 말입니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잘 알았습니다. 끝으로 이번 창원 개인 전시회에 몇 점 정도를 출품하십니까
▲예 대충 70점 정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상당히 많죠? 기자님도 꼭 오셔서 감상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네. 꼭 가겠습니다. 장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그림 많이 남겨 주십시오. 함양/노승원기자

▲ 2013년작. 꿈. 크기 1168x919
▲ 2013년작. 백두산 호랑이-기운. 크기 1000X803
▲ 2013년작. 한들의새벽-향. 크기 727X606
▲ 2014년작. 한들의새벽-안개. 크기 727x606
▲ 2014년작. 붉은고기와꽃. 크기 530x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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