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3.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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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온갖 만물이 생겨날 때는 하늘이 덮어주고 땅이 실어주는 은덕을 받았고,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몸은 부모님에게 의탁하여 받은 것이다. 부유한 자식이 부모를 포기한 수는 있어도 가난한부모라도 자식을 포기하는 법은 없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이때쯤부터 보릿고개로 접어들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배고픔을 면한 것보다 차라리 간장이 신게 더 빨랐다.


지금은 쌀 소비촉진을 위해 아침밥 먹기를 권장하나, 그때는 목숨과도 같은 쌀 부족으로 집집마다 골치를 앓았다. 통신수단은 두발로 찾아가 말로 전한 것뿐이었고, 운송수단은 지게가 전부였다. 그러니 모든 일들이 강태공 세월 낚듯 매우 더디고, 느리기만 하였다.

당시에는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살아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초등시절, 선생님이 각자의 소원을 적어오라 했을 때 쌀밥한번 실컷 먹는 것이 소원이라 적어온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벌써 소원성취 했을 것이다. 우리어머니들은 쌀 한 톨, 밥알하나 버리거나 허실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으셨다. 부뚜막 항아리에다 개미 금탑 모으듯, 매일 쌀 한줌씩 장기저축 하여 딸 결혼 때 재봉틀이나 장롱 같은 것을 사주시기도 하였다.

눈물겨운 과거사다. 그렇게 호된 가난을 물리친 것은 호랑이가 미운 개 물어 간 것보다 더 속시원한일이다. 우리부모님들은 가난하면서도 자식들 교육에는 모든 걸 다 바치셨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모님들에게 ‘절미저축’이란 장기저축의 지혜를 배워왔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을까? 가시 찔리지 않고 밤 까먹는 사람, 우물은 같이 파도 물은 혼자 먹는 사람, 개 등의 등겨도 털어 먹을 사람으로는 키우지 말아야한다.

달달 외우고 공부만 잘하여 반칙을 하더라도 돈만 많이 벌도록 가르치지도 말아야한다.

살아보면 공부 잘했던 친구보다 성격 좋은 친구가 대인과계도 좋고, 사업도 잘하고, 돈도 잘 버는 예가 많다. 자녀들에게 나눔의 정과 다양성을 지닌 인간으로 길러주도록 하자.

우리는 그렇게도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서로 이해하고 동정하면서, 색다른 음식이라도 있을 때는 온 집안과 동내 분들을 두 세 번씩 찾아다니며 꼭 모셔와 나누어먹는 미덕도 배웠다.

그런데 지금은 버는 데로 쓰고, 나부터 먹고 보는 이기주의 생활을 하고 있다.

조각된 용은 비를 내릴 수 없고, 그림 속 떡으로는 주린 배를 채울 수 없다.

겉만 화려하게 꾸민 것은 구멍 난 목선을 화려하게 단청을 하고, 무자격 선장이 항해하는 것과 같다. 겉은 화려하지만, 돌풍이라도 만나는 날이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우리부모님들의 성실성, 정직성, 절약정신, 나눔의 정을 반만이라도 닮아보자.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장기불황으로 장사하기도 겁난 세상이라 아우성만 치지 말고, 잔돈 한 푼이라도 저축하는 모습을 지녀보자. 가죽이 있어야 털이 나고,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 무슨 일이든지 사전에 합당한 준비가 잘되어야 그 결과도 좋다.

박치기를 해도 제멋이라고, 아이들이 무슨 짓이나 제 맘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말자.

각설이 떼에게서는 장타령밖에 나올 것이 없다. 본바탕을 갖추지 못한 아이라면 성장한들 무얼 크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두 눈 크게 뜨고, 자라나는 자녀들도 잘 키워내고, 흔들리는 가정경제도 굳건히 다져나가야 한다. 가슴을 활짝 펴고, 세상을 큰 눈으로 바로보자.

온 세상과 전 국민이 모두 내편이다. 오늘도 온천지는 우리를 위해 새날을 밝혔다.

다음세대도 생각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 바쳐나가자. 때로는 작은 것이 더 소중할 수도 있다. 크고 작은 양면을 다 볼 줄 아는 지혜를 길러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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