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바꾸어 생각해보라
입장 바꾸어 생각해보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4.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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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꼭 1년 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295명이 죽었고, 아직 9명이 바다 속에 남아있다.

금이야 옥이야 키워오던 단원고의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학생 4명. 양승진, 고창석, 교사 2명.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일반인 3명. 이들은 지금도 세월호에 타고 있다.

그런데 “시체장사 한다”, “전기료도 안 낸다”, “대학에 특례로 들어간다”는 악성소문을 퍼트린 사람들이 있다. 유가족들에게는 이런 소문이 쇳물로 머리 감는 고통을 줄 것이다.
그렇게 말한 사람들도 실종자들이 자기가족이라면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을까.

실종자들이 언제까지 저 차가운 물속에 더 오래 갇혀있어야 하는가. 아픈 상처 건드리지 말고, 뼈라도 찾아주자. 우리정부도 천안함 등, 여러 척의 배를 인양한 경험이 있다.
국수 잘한 솜씨면 수제비도 잘할 수 있다. 정부가 세월호 인양결정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조속히 인양하여 이 끔찍한 참사를 마무리하자. 이탈리아는 지난해 호화유람선 콩코리아호를 인양했었다. 이 배는 11만4500톤 크기로 6825톤인 세월호의 17배 규모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실종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한민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 가족 잃고, 시체마저 못 찾은 그분들은 우리도 유가족이 되고 싶다며 오열한다. 배를 인양해야만 뼈라도 만져볼 수 있다.

내 자식이 갇혀있다고, 입장 바꾸어 생각해보라. 참 가슴 아픈 일 아닌가. 작년 9월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단식투쟁’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일 베’회원들이 피자와 치킨으로 ‘폭식투쟁’을 벌였다. ‘단식투쟁’하는 사람들 앞에서의 ‘폭식투쟁’은 구름을 표하고 물건 파묻는 것 마냥 허황된 기분이었다. 유가족들의 가슴을 후벼 파며 피멍들이지 말자.

예고된 죽음, 명이 다한 죽음, 신발을 벗고 죽는 죽음은 그나마 평화로운 죽음이다.
신발도 벗지 못하고 죽는 죽음은 비참한 죽음이다. 이웃의 불행에 배려심을 가져보자.
‘단식투쟁’한 사람들 앞에서 어묵 먹는 장면을 사진 찍어 ‘친구를 먹었다’는 글과 함께 SNS에 올리는 것을 보며,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가. 무슨 시위 때 마다 꼭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반대시위가 등장한다.

귀신 탄복할 일이다. ‘갈라진 광장’ ‘좌우로 분열된 광장’ ‘증오로 갇힌 광장’ ‘극단과 극단의 충돌’ ‘분열’이런 용어의 보도를 보면서 왜 이렇게 편 갈이를 해야 하는지 걱정된다.
유가족들은 실종자들이 살아 있길 바라거나, 온전한 시신으로 만나자는 것이 아니다.
‘내 딸 살려내라,’ ‘책임자 처벌하라’는 것도 아니다. 내 가족이 지금 바다 속에 갇혀 있다. 그래서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장례라도 치르게 해달라는 가슴 찢긴 절규다.

쓰촨성 대지진 당시 원자바오 총리는 여진이 계속 되고 있는 위험한 상황의 현장을 찾아 복구를 독려했다. 한 소녀가 울먹이자, 총리도 눈시울을 적시며, “울지 마라, 나와 중국정부가 너를 꼭 지켜줄 거야.” “얘들아 할아버지가 왔다. 총리가 왔다. 조금 만 더 참아라.”

이런 진솔한 모습이 중국 전역과 세계 여론의 감동과 호감을 얻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큰 사건이 났을 때 국민을 향해 “나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는데 관심이 없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수를 바로잡아 더욱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나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할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인 나에게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지도자들의 언어와 품격을 배워야한다. 누구라도 이런 참사와 슬픔을 피할 수는 없다. 기린은 잠자지 말고, 스라소니는 춤을 추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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