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빈곤은 인간성을 저해한다
극한빈곤은 인간성을 저해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5.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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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교양과 품위를 살려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천사에비하면 너무 질이 낮고 어둡고, 동물에 비하면 너무 높고 밝고 고귀하다.

“허명자조(虛明自照)하야 불로심력(不勞心力)이라, 비고 밝으면 스스로 비추나니 애써 마음 쓸 일이 아니로다.” 텅 비면 밝아서 스스로를 비춘다. 밝음과 비춤은 하나이며, 번뇌 망상, 미움, 원망의 마음이 없다는, 공(空)이며, 나의 본래진면목을 말한 것이다.

우리는 스승, 부모, 선배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한다. 똑같은 조건과 시련도 사람에 따라 용기와 의지로 이겨나가며 향상의 길을 걷기는 가하면, 비겁과 나태로 좌절하며, 내리막길로 곤두박질하기도 한다. 늙은이가 잘못하면 노망, 젊은이가 잘못하면 철이 없다며 합리화하지 말라. 벌, 나비는 왜 가지에는 앉지 않고 꽃에만 앉느냐며 시비도 말자.

대꼬챙이 끝에서도 삼 년을 버틴다는 끈기로, 자기인생의 십자가를 지고 운명아 길 비켜라, 내가 나간다며, 피나는 노력과 인내로서 성공의 고지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자.

저 허공에는 네 허공 내허공이 따로 없고, 모든 생명들이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

바다는 감싸지 않는 강물이 없고, 허공은 감싸지 않는 물건이 없다. “득실시비(得失是非)를 일시방각(一時放却)하라,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일시에 놓아버려라.” 허공 같은 마음이면 얻음의 기쁨, 잃음의 슬픈 순간에도 코로마신 공기와, 눈으로 보는 산하대지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얻고, 잃은 것은 내 한테 있던 물건이 잠시 저쪽으로 옮겨간 것뿐이다. 넉넉한 마음일 때 세상은 편안해진다.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눈물은 내려가도 숟가락은 올라간다. 인간은 정신을 가진 육체라서 좋은 인간이 되는 데는 경제적 조건이 따른다. 건강한 생존을 위해서는 의식주충족이란 기본적 욕구가 필수불가결하다.

굶주린 상태에서는 문화, 교양, 개성, 사랑, 무엇하나 실현할 수가 없다. 치솟는 분노를 잠재우지 못해 벌컥 감정을 토하며 좁은 소견을 자주 드러내면 마른날 벼락 맞게 된다.

경제는 생의 제일 중요한 수단이다. 극한빈곤은 인간성을 저해한다. 저녁거리가 걱정인 사람은 두려운 것도 예의도 염치도 없어진다. 체면, 교양, 미덕을 발산 할 수가 없고, 인간성마저 파괴된다. 인간성이 파괴된 사람은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뒷날은 생각지 않고, 음험한 마음으로 권력의 흐름만 민첩하게 파악한다. 도둑은 두목이나 졸개나 둘 다 도둑이다.

끼리끼리 야합하여 한자리주고 받고 나면 권력을 마구 휘둘러 상대를 굴복시키려들고, 상대가 대통 맞은 병아리처럼, 침묵하면 제가 잘나서 꼼짝도 못한 걸로 알고 쾌재를 부른다.

그런 자들은 싸워서 이기는 방법만 배웠고, 져주는 방법은 배우지 못하여서 아무리 높은 자에 있더라도 대목장에 해금 통 깨지듯, 행복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이승을 마감하는 날 연기처럼 사라질 권세와 위력을 믿고 날뛰면 손잡이 없는 맷돌과 같다. 약자를 향해 윽박지르고 겁주면 더위 먹은 소 달보고 피하고, 도깨비처럼 쳐다볼수록 커 보여서, 약자들은 그 기세에 눌려 공포에 떨며 복종해버린다. 자신의 힘을 남용하지말자.

약자들은 점차 한 계단씩 근로와 노력과 땀을 바쳐나가자. 급한 김에 두세 계단씩 욕심내면 발목 삐고 낙상한다. 소를 강가에 몰고 가서 소가 물을 먹지 않을 땐, 잠시 고삐를 놓아주어 맘대로 노닐도록 놔주는 것이 지혜다. 모든 일을 선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자신의 교양과 품위를 향상시켜 나아가 인간답게 살아가자.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자신이 직접해야할 다섯 가지가있다. 그것은 먹고, 입고, 자고, 대소변누고, 길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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