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나무 참나무 숲
참 좋은 나무 참나무 숲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6.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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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ㆍ경남환경연구원장

참나무는 어떤 한 종류의 나무가 아닌 ‘참나무과’에 속하는 수종을 통틀어 칭한다. 특히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참나무라 한다. 수라상에 올라가는 영광을 안고 있는 상수리나무, 나무의 껍질 골이 깊다하여 골참이라 불리기도 하는 굴참나무, 열매가 작아 졸(卒)이라 불리는 졸참나무, 가을에 제일 눈에 잘 띄어 가을 참나무인 갈참나무, 잎으로 떡을 싸는데 이용하는 떡갈나무, 짚신바닥에 잎을 깔아 사용하여‘신을 간다’는 신갈나무를 통틀어 도토리가 풍성하게 열리는 나무들은 모두 참나무과에 속한다. 종류도 많은 만큼 다양한 쓰임새가 있는 참나무. 참나무를 바라보면 우리 민족의 삶이 보인다. 참나무는 우리나라 산 전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도토리의 크기는 작지만 쓰임새가 많고 독특한 맛의 비밀도 숨겨져 있다. 지금은 산 속 동물들의 먹이로 이용되고 있지만, 그 도토리로 음식을 만들어 한때는 임금이 즐겨 먹든 유용한 음식이었다.


조선왕조실록 중종 12년(1517)편에 보면‘황해도에 참나무가 많이 있는데 흉년에 아주 요긴하니, 지방 관서마다 이삼백 석을 저장하되 따로 창고를 만들어 흉년에 대비하게 하소서’라는 대목이 나온다. 임진왜란 때인 선조 27년(1594)에는 비변사에서 아뢰기를‘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는 일은 도토리가 가장 요긴합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참나무 중 도토리묵으로 만드는 나무는 상수리나무인데 상수리나무의 이름은‘수라상에 올라가는 도토리나무’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임진왜란 당시 피란 중이던 선조는 백성이 올린 도토리묵을 먹었는데 그 후부터 도토리나무는 상수리라 불렸다고 한다.

도토리를 식량자원으로 귀하게 여기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흉년이 들수록 도토리가 더 많이 달리는 참나무의 특성 때문이다. 풍매화(風媒花)인 참나무가 꽃가루받이 하는 시기는 모내기 직전의 늦봄이나 초여름이다. 비가 자주 오면 농사는 풍년이 든다. 하지만 참나무 수꽃가루는 암꽃을 찾아가기가 어려워 도토리는 적게 달린다. 먹거리가 많아졌으니 사람들은 도토리 먹을 생각을 안 한다. 햇빛이 쨍쨍한 맑은 날이 계속되면 모내기를 못해 농사는 흉년이 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참나무 꽃가루가 쉬이 날아다녀 수정이 잘되므로 당연히 도토리 풍년이 온다. 도토리라도 먹고 살라는 자연의 조화는 신비롭다. 문제는 도토리를 주워 모으기가 너무 힘들고 괴롭다는 것이다. 고려 말 유여형이 지은 노래에 「도톨밤 도톨밤 참 밤이 아니련만/ 어느 누가 도톨밤이라고 이름 지었나/ 뙤약볕 한나절 내내 주워도 광주리에도 차지 않아/ 쪼그려 앉으니 주린 창자가 꼬르륵 꼬르륵 하네」유여형의 ‘상율가(橡栗歌)’를 읽어보면 조금이나마 백성들의 굶주림에 대한 고통을 짐작할 수 있다.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는 오래전부터 백성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구황식물(救荒植物)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들판이 풍년이면 산의 열매는 흉년이요, 들판이 흉년이면 산은 풍년이다”는 옛말이 있다. 참나무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집 지을 때 목재와 굴참나무 수피로 올린 굴피집 지붕재료, 굴피집 수명은‘기와 만년에 굴피 천년’이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무척길다. 그리고 가구를 만들 때, 숯을 만들 때, 술을 담는 술통, 음식으로는 묵을 만들어 묵었다. 산 짐승들에게는 겨울양식으로서 요긴한 나무이다.

전설을 안고 있는 굴참나무의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고려 현종(1018) 당시 10만 거란족의 침공을 물리친 귀주대첩(龜州大捷)으로 역사의 승전보로 남아 있는 강감찬 장군이 출병 전에 짚고 다니던 지팡이로 무운을 점치고자 꼿아 두었던‘강감찬 지팡이’가 지금의“천연기념물 271호로 지정이 된‘강감찬 굴참나무’이다. 물론 이 나무의 실제 수령은 약 250년 정도이지만, 1000년 전의‘강감찬 지팡이’의 나무라고 믿는 것은 아니지만 고목나무의 나이는 생물학적 보다 민속학적인 나이가 우선을 할 것이다. 때문에 천년의 역사를 살아서 말하는‘강감찬 굴참나무’는 본래의 나무는 죽고 그 후계목들이 그 대를 이어서 역사와 참나무의 진면목을 대변하고 있다 하겠다.

진짜나무, 진목(眞木), 정말 좋은 나무의 뜻을 가진 참나무는 나무줄기, 껍질, 잎, 열매, 뿌리 등 모든 것이 각각의 쓰임에 따라 그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쓰이고 있다. 사람과 동물들에게 아낌없이 전부 내어주는 참나무인 것이다. 또한 참나무는 환경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흡수에 있어서도 강원지방의 소나무가 연간 7.35t에 비하여 상수리나무는 1.5배가 넘는 11.72t을 흡수한다는 산림청의 자료다.

그야말로 참 좋은 나무인 참나무 숲이 진주 비봉산에 그나마 남아 있기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비봉산에 진목(眞木)인 참나무 숲이 있기에 진주의 진산(眞山)으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풍수지리상 봉황이 비상하는 산세로 봉명루, 동헌, 객사 등 주요관청과 교육기관 등을 안고 있던 비봉산이 진목 참나무 숲과 더불어 봉황숲 생태공원, 생태탐방로, 산림공원으로 제모습찾기 사업이 추진된다 하니 이는 참나무의 참된 가치를 느끼게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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