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도 한철, 꽃도 한철, 청춘도 한철이다
봄도 한철, 꽃도 한철, 청춘도 한철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24 18:1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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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사람은 숨을 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산소와 물, 대지와 태양, 나무와 풀, 벌레, 모두가 나의 생명줄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부처님 법을 깨닫는 것이다.


네가 마시고 토한 공기, 내가 마시고, 내가 마시고 토한 공기, 네가 마시고 산다.

소크라테스는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하였다. 하루살이 목숨 같은 인생, 돌이킬 수 없는 실수의 희극이며, 불안정한 항해다.

어떻게 사는 가를 배우는 데는 일평생이 걸리지만, 모든 것이 결국 주검으로 끝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살아서는 요순(堯舜), 걸주(傑紂)라도 숨만 끊어지고 나면 화장장의 화구나 땅속에 묻힐 수 밖에 없다. 이런 것은 직접 당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몰도덕(沒道德)앞에 무릎 꿇지 말자. 현대사회는 남의 글을 조금만 잘못 인용해도 저작권 논란에 휘말리지만, 부처님 말씀은 어떤 것을 옮겨다 써도 저작권 논란에 휩쓸리지 않는다.

많이 인용하면 할수록 뱁새가 수리를 낳게 된다. 우리는 남이 농사지어준 곡식으로 밥을 먹고, 남이 만들어낸 물건을 사용하며, 군, 경이 나라와 사회를 지켜준 덕택에 편안히 살고 있다. 이렇게 아무 걱정이 없이 살다보니, 꿈속인양 무사태평, 고마운 줄도 모른다.

날마다 남의 덕에 살면서도 남에게 은덕을 베풀지 않고 산다면, 천지간에 한 마리 좀 벌레에 불과한 것이다. “인간의 의식이란 여러 가지의 망상, 욕망, 의도가 혼연히 잡거(雜居)하고 있는, 몽상의 단지이며, 부끄러워해야 할 사고(思考)의 소굴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볶은 콩도 골라 먹는 습성이 있다. 지금은 벽에도 눈과 귀가 있다.

본사람 없다하여 정직하지 못하고, 분에 넘친 생활을 하면 자신과 국가에 큰 재앙덩어리가 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이와, 부모가 동시에 고생문이 활짝 열린다.

태어난 직후부터 부모의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고, 성장에 따라 걸음마부터 말과 글, 행동과 미래생활을 위한 지식을 가르치고,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만약 잘못 가르치고, 잘못배우면, 범 새끼 아닌 못난 스라소니로 변한다. 태어나서 대학까지의 공부는 직장과 사회생활에 도움을 주고,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서이다. 그 기간 동안 부모자식 할 것 없이 수많은 노력과 엄청난 고생 속에, 대학을 나와 취직을 해도 직장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다음 결혼, 내 집 마련 스트레스로 계속 이어진다. 복어 헛배 부르듯 별 실속도 없는 인생살이인데도 이렇게 많은 부상(負傷)이 따라붙는다. 어쩌면 이 세상은 커다란 병동(病棟)이고, 우리들은 쾌유(快癒)불가의 병증(病症)을 앓고 있는 만성 환자일 수도 있다.

그래서 범 같은 시어미라도 성질 좀 죽이고, 허리를 굽혀, 이런 것들과 대결하기 위한 마음공부를 최우선시해 나가야한다. 행복한 시간은 짧고, 근심 걱정은 영원히 따라다닌다.

힘든 삶의 여정이니 서로를 보호하고, 용서해주고, 용서받으며, 참아나가도록 하자.

촛불 열개가 전등불 하나만 못하고, 전등불 백개가 태양하나만 못하다. 태양처럼 일당백이 되어 좋은 대접받을만한 삶을 살아가자. 봄도 한철, 꽃도 한철, 청춘도 한철이다.

부귀영화도 모두 일시적이다. 모든 것은 물레바퀴 돌듯 돌고, 돌아서,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 마음 수행을 잘하면 편안해져서, 쫓기지도, 불안하지도, 답답하지도 않다. 부처님의 말씀과 글이 있는 자리는 평화롭다. 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

청춘을 허비하지 말고, 눈 부릅 뜬 마음공부로 부처님의 말씀과 글을 한 톨 허실 없이 후세에게 전해줘서, 남에게 봉사하며, 자비심 가득하고 평화로운 삶으로 이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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