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향기10 -막달라 마리아를 향한 돌멩이
지리산향기10 -막달라 마리아를 향한 돌멩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2.06 18:1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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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지난 11월 19일 여수에 사는 한 여성이 직장에서 사장으로부터 매를 맞아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목격자에 의하면 그녀는 한 시간 동안 폭언과 욕설과 매질을 당했단다. 누구도 말릴 수 없었고 이런 일은 그동안 비일비재 했다고 한다.


뇌사를 당할 정도로 맞았다면 이런 추측이 든다. 한 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녀는 쌍소리와 함께 뺨을 맞았을 것이다. 숱한 발길질에 쓰려졌을 것이고 그런 그녀에게 일어나라고 고함을 쳤을 것이고 머리카락을 잡아 뜯으며 벽에 짓찧었을 것이다.

그녀는 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체 일방적인 매질에 축 늘어졌고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눈도 풀어지고 팔다리도 늘어지고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버렸다. 생각도 멈추고 호흡도 멈추고 서서히 온기를 잃어가는 그녀의 몸은 지금 호흡기만 떼면 죽은 목숨이 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멍투성이로 실려 온 그녀는 혈액투석에 의하여 말간 피부로 돌아와 있다. 아픈 표정 없이 눈을 감은 그녀의 모습이 차라리 나아 보인다.

그 여성이 일하는 곳에 함께 있던 아홉 명의 여성은 그녀가 맞는 동안 사무실 바깥에 있었다. 때리는 소리와 맞는 비명 소리를 한 시간 동안 들어야 했던 그녀들도 얼마나 무서웠을까!

보통의 사람이라면 2015년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왜 그 일을 말리지 않고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이 일반 직장이 아닌 성매매유흥업소라고 하면 모두들 더 묻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요즘 그 흔한 ‘인권’이 그곳에서는 전혀 작동되지 않는다. 인간의 권리 때문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하고 그 가치가 퇴보되면 모두들 분개하면서 거리로 나가 집회를 하고 시위를 한다. 그러나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인권은 너무 먼 이야기이다.

당장 아홉 명의 여성은 겁박하는 업주가 무서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한다. 업주는 뇌사에 빠진 이유를 닭고기를 먹다가 목에 뼈가 걸려 호흡이 멈춘 것이라고 말하고 경찰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대로 그녀는 곧 죽음을 맞이할 위기에 처하지만 아홉 명의 다른 여성들은 맞은 그녀의 몸을 사진기로 찍어둔다. 그리고 증언한다. 하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제보하고 증언한 여성들의 안전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전남여성인권센터의 이사인 나는 요며칠 그녀로 인해 머릿속이 뒤숭숭하다. 2000년과 2002년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에서 일어난 화재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0년 대명동에서는 5명의 여자들이 죽어갔고 2002년 개복동에서는 14명이나 되는 여성들이 1층과 2층 복도 사이에서 죽어갔다. 불은 대낮에 났다고 한다. 그런데 왜 빠져 나오지 못했을까? 그녀들은 감금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사건은 우리를 너무 경악하게 했다. 그녀들의 죽음으로 그나마 2004년에 성매매피해방지법과 성매매피해자보호법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들은 무법천지에 있다. 성매매피해자보호법이 있다고 하지만 그곳에서 빠져나와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묻겠지? 그런 곳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삶이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아예 그런 업소가 없다면 가능한 일이다. 성매매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는 여자들의 거의 대부분은 원해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사회적인 함정과 시스템이 작동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속칭 어린 여자를 찾는 미성년자 성매매가 엄청난 죄라는 인식을 한다. 유흥업소에 가서 행패를 부리고 함부로 구는 형편없는 인간들은 경찰에 신고해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매매 업주는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요즘 어느 직장이 고용주가 근로자나 노동자를 때리고 겁박하는가? 임금을 선불로 주고 일을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고 이자를 높게 받는 희한한 급여 계산법이 존재하는 곳, 그곳이 바로 성매매를 하는 유흥업소의 현실이다. 그러니 그곳은 직장이 아니라 불법장소인 것이다.

가장 약한 자에게 쏟아지는 폭력의 습성, 몇 명이나 더 매질을 당하고 약탈을 당해야 그녀들이 보호받을 수 있을까? 누워있는 그녀가 일어나서 증언해야 폭행당한 일이 사실로 밝혀질까? 참으로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
항간에는 그런 말들이 떠돈다. 경찰이나 공무원 혹은 그 동네 힘깨나 쓴다는 이들이 그 업소를 이용하고 성매매를 해서 그녀가 당한 폭행을 모른 척 한다고. 나는 믿고 싶다. 그럴 리는 없을 거라고.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이들이 그럴 리는 없을 거라고. 그리고 궁금하다. 이런 일은 비단 여수에서만 일어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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