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은 항상 부정의 상위개념이다
긍정은 항상 부정의 상위개념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2.15 18:3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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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물고기가 헤엄을 치면 물이 탁해지고, 새가 날면 깃털이 떨어진다. 총 맞은 노루처럼 설치고 다니면서, 내가 잘났다는 냄새를 풍기고 다닌 사람은 이미 인격이 부족한 사람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판단의 고정화’로 자신의 부족함도 모른 채 비 맞은 강아지마냥 쓸데없이 돌아다니며, 비 오는 날, 장독뚜껑 열고 다닌다. 그런 사람은 한번 “자기가 옳다”고 판단하면“남들은 그르다”로 확신하며, 옳다는 견해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르다는 생각과는 담을 쌓는다. 모든 것은 ‘찰나’에 불과한 것이다. “천년을 두고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수가 있다” 언제나 조급한 성격과 강한 고집이 인생을 망친다.

서로 다른 의견도 받아들이며 이 순간을 아름답고 맑게 채워나가자.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좋은 생각을 갖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좋은 생각을 중도에 포기한 것뿐이다.

어제 맨 신발 끈 오늘 다시 조여매야 풀리지 않는다. 결심한 일은 날마다 거듭 조여 나가며 ‘나’를 아프게 한 사람, ‘나’를 해친 사람까지도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살자.

비는 장수의 목은 베는 것 아니다.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한 사람은 용서해주자.

인간 100세라지만 오직 이 순간, 이 찰나가 계속 이어져서 영원한 시간을 이룬다.

오늘을 잘 사는 것이 위대한 삶이요, 부처의 삶이며, 우주의 주인공이고, 역사의 창조자이다. 백년도 못 살면서 천년의 욕망으로 미쳐 날뛰는 삶이 중생의 삶이다.

비린내 맡은 강아지는 매 맞아 허리가 부러져 죽으면서 까지도 뜨물통 앞에 가서죽는다.

부귀영화나 출세에 한번 눈이 멀면 죽을지 살지 모르고 날뛰다가 결국 비 맞은 장 닭 꼴이 되고 만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지혜로운 눈과 뜨거운 마음과 왕성한 기백으로 올바른 길만 따라 나아가면서, 최저의 생활과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가자.

바른 인식으로 집착에서 벗어나야 분별심이 줄어들어, 번뇌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수행자들은 세상만사를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살아간다. 별것 아닌 일을 크게 부풀리고, 심각한 문제로 확대하여, 그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 말라.

영양가 없는 소모적 일상을 없애고, 고요하고 텅 빈 마음의 삶으로 전환하여보라.

그래야 지혜로운 삶이된다. 삶에 실패란 없다.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어디에서나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사람이 잘난 사람이고,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을 넘보는 사람은 못난 사람이다. 거기에서 고통이 따른다. 오늘의 실패는 내일 더욱 풍부한 지식으로 다시 시작할 좋은 기회이다. 주변의 수준 낮고, 돈도 없고, 계급도 낮고, 능력도 없으며, 나쁜 성격 자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까지도 업신여기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도 부귀권력을 움켜쥔 사람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죄인은 자신이 지은 범법행위를 통해 깨닫고, 삶을 배워가고 있고, 범죄를 다스리는 사람은 자신의 법집행 판단을 통하여 깨닫고, 삶을 배워가고 있다. 그 둘은 똑같은 사람이며 서로를 깨닫게 해주는 스승이자, 사랑스런 관계이다. 부귀권력을 움켜쥔 사람들 중에서도 비단보에 개똥처럼, 겉모양은 그럴듯하게 번드르르하나 내용은 더럽고, 비겁하고, 추잡한 인간들도 많다.

서로를 인정해주며 살아가자. 긍정은 항상 부정의 상위개념이다. 엔간한 일엔 눈물도 흘리지 말고,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 좋다고 끌어당기지 말고, 싫다고 밀쳐내지도 말라.

좋다고 취하려는 마음이 탐심(貪心)이고, 싫다고 밀어내려는 것이 진심(瞋心)이다.

이런 탐심과 진심의 분별을 떠났을 때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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