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오기 복원 주역 “노하우 北에도 전했으면”
따오기 복원 주역 “노하우 北에도 전했으면”
  • 홍재룡기자
  • 승인 2019.05.21 18:23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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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봉 팀장·김성진 박사 “한 쌍으로 시작, 무모한 도전 지적도”
▲ 창녕군 우포따오기사업소 이성봉(오른쪽) 팀장과 김성진 박사.

이성봉 팀장·김성진 박사 “한 쌍으로 시작, 무모한 도전 지적도”

“중·일에 접근해 기술 익히는 게 가장 힘들어…명절·휴일도 없었다”


10년 세월동안 자식보다 더 애지중지 키워온 따오기 가운데 40마리를 품 안에서 자연으로 내보내는 두 사람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창녕군 우포따오기사업소 이성봉 팀장과 김성진 박사는 2008년 중국에서 따오기 한 쌍을 들여온 이후 따오기복원센터에서 복원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기술 문제를 맡아온 주역들이다.

따오기 방사 행사를 하루 앞둔 21일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서 만난 두 사람은 그렇게 중요한 종 복원사업을 하면서 2마리로 시작한 것을 무모하다고 지적받은 일, 강풍이 분 날 한 마리가 죽어 혼이 난 일, 중국과 일본 사람들이 제대로 복원 기술을 알려주지 않아 애를 태운 일화 등을 밝혔다.

다음은 두 사람과 일문일답.
-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14년이 걸렸다. 따오기를 품 안에서 떠나보내는 소감은.
▲ 자부심보다 걱정이 앞선다. 일본도 복원에 10년, 방사와 자연 적응에 10년이 걸렸다. 방사한 뒤 얼마나 살아남을까 걱정이다. 얘들은 죽을 수도 있다. 현재 따오기 서식지를 16㏊ 정도 조성해놓았는데 만약 그곳에 가지 않으면 다시 만들어야 한다. 예산 낭비가 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잘 해야 한다.

- 이번에 날려 보내는 40마리를 어떻게 선별했나.
▲ 기준은 성비(性比)가 우선이고 다음은 연령 비로 성조와 유조를 섞었다. 수컷 대 암컷을 3대 1, 성조와 유조 2대 1 정도 비율로 했다. 수컷이 암컷보다 안정적 경향을 보인다. 암컷은 수컷보다 예민하다.수컷을 더 많이 넣어 야생에 무난하게 잘 정착하게 했다.

- 향후 2차, 3차 방사 계획은.
▲ 매년 한 차례 봄에 방사할 계획이다. 봄에 방사하는 게 야생에서 생존율을 극대화하고 겨울을 맞기 전 최대한 기간을 길게 확보해준다는 측면이 있다. 올해 방사 후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분석한 후 추가 방사 규모 등 세부 계획을 정할 예정이다.

- 따오기를 우포늪에서 복원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 2005년 김수일 교수가 황새 도입 계획을 구상했다가 따오기 복원 가능성을 언급하고 심포지엄도 열면서 시작됐다. 창녕에서 먼저 제안하고 환경부에 건의해온 데다 우포늪이란 국내 최대 내륙습지가 있어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기관 회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안다.

- 첫 산란·부화 때 상황을 설명해달라.
▲ 모니터를 보며 직원들이 손뼉을 쳤다. 불안 속에 생활하다 그때 처음 기쁨과 보람을 잠시 느꼈다. 인공부화를 하면서도 혹시 잘못될까 항상 걱정이었다. 중국 기술자가 있었지만, 새끼가 알을 잘 못 깨고 나올 때 껍질을 밖에서 깨주는 '인공파각' 등은 잘 몰랐다.

- 산란과 부화 등 번식 기술 습득 과정에 어려움은.
▲ 솔직히 어려움이 너무 많았다. 초창기 중국서 온 기술자 2명이 있었지만, 세부적인 것은 모르거나 잘 알려주지 않았다. 핵심기술은 전수를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인간적으로 친해지기 위해 술을 같이 마시는 방법밖에 없었다. 현지 책임자와 "형", "아우" 하면서 점차 말문이 열렸다.

-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등 상황 때 집에도 못 가고 합숙을 했다고 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 AI는 꼭 설 명절을 앞두고 왔다. 덕분에 3년간 고향엘 못 갔다. 직원들 모두 길게는 한 달 반까지 집엘 못 갔다. 젊은 직원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밖에도 여름철이면 직원들은 복원센터 안에서 풀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

- 따오기 복원 경험이 제법 축적됐는데 이를 계기로 다른 멸종위기 조류 복원 도전이 가능한가.
▲ 천연기념물인 까막딱따구리는 산림성 조류로 500개체 정도에 불과하다. 먹황새 역시 황새보다 더 멸종위기를 맞고 있고 내륙에서 관찰된 사례가 거의 없는 습지 조류다. 개인적으로는 들판에 살고 옛사람들이 식량 자원으로 많이 이용하기도 했던 느시 복원에 도전해보고 싶다.

- 따오기 방사를 앞두고 바라는 점이 있다면.
▲ 남북 간 협력사업이 잘 되면 따오기를 북한에서도 복원되도록 하면 좋겠다. 우포 따오기가 북으로 간다면 따오기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전문 인력이 붙어야 하고 복원·방사 관련 시설에 투자도 해야 한다.

- 앞으로 남은 과제와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따오기가 우포늪에 정착하게 되면 창녕지역으로선 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농산물 판매 등 소득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머무는 관광도 기대된다. 단지 따오기를 보면 눈으로만 보고 후레쉬를 이용해 사진을 찍거나 나는 모습을 보려고 돌을 던진다든지 이런 행동은 절대 삼가길 당부드린다. 홍재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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