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개미와 베짱이‘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 이 말씀은 신약성경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에 있는 성경말씀이다. 이 말씀은 바울 사도가 데살로니가 교회에 보낸 편지 중에 일부이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덕을 세우고 생활에서도 부지런하고 근면해야하며, 다른 사람들이 본받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편지를 보낸 줄 안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이 말은 우리 부모님 세대인 어른들에게서도 많이 들어 왔던 말씀이었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이에 취해 소에게 먹일 풀을 베지 못했다거나, 산에 가서 땔나무를 해 오라 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했을 때는 필자의 아버지는 일하기 싫은 놈은 먹지도 말라고 야단을 치셨다. 성경을 읽어 보신 적이 없었으며 학교교육도 받은 적도 없으셨다.
이 말은 성경말씀을 떠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세계에서는 똑같이 사용했던 교훈의 말씀이 된 줄로 안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이 말은 곧 일하기 싫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일지라도 먹지를 못하고,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한다면 곧 죽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사람이나 동물은 먹어야 산다. 그래서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70억 인구가 되는 지구촌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는 직업이 있다. 일터에 일을 하러 나가는 사람들에게 왜 일을 하느냐고 질문을 하면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 한다.
아버지께서는 ‘농자는 천하지 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다’고 가르치며 교훈으로 삼으라고 말씀해주셨다. 아버지가 늘 하셨던 말씀은 농사짓는 사람은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추수를 하느라 땀을 흘리면 추운 겨울에 편안히 먹고 살 수 있다고 하셨다. 장사하는 사람이나 직장에 일하는 사람들은 눈보라 치는 겨울추위가 와도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다고 하시며, 농사꾼이 제일 행복하다고 곧 ‘농자는 천하지 대본‘이라는 말씀을 자주 해 주셨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또 오래전 중국 송나라 때 유학자, 주자(朱子)의 6번째 회훈인 춘불경종 추후회(春不耕種 秋後悔)한다며 인용하셨다.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이 얘기는 곧 젊어서 부지런히 일해서 노후에 편안히 먹고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젊은 시절을 허송세월하여버리면 나이든 후에는 후회 한다는 얘기와 같은 말이다.
요즘은 산업화로 농촌 환경이 피폐해지고 공동화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 아버지시대 때만 해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사람은 살 수 없는 줄 여기던 시절이었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는 교훈에 버금가는 것이 자식 농사이었다. 자식 농사를 잘 지어야 성공한 인생이요. 노후에 편안하게 살 수 있다. 고 하시는 말씀을 자주 듣고 살아왔다.
우리나라가 7~8십 년 대에는 아들딸 가리지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캠페인을 할 때가 있었다. 그 이전 5~6십 년 대에까지만 하더라도 딸보다는 아들 낳기를 원했었다. 많이만 낳아서 키워놓으면 자식들이 농사일을 다 하니, 부모님들은 일손을 놓아버리고 동네에서 손자들 재롱이나 보고 세월을 보내는 모습들을 보고 살았었다.
지금이야 아들딸을 크게 우선시하는 개념은 중요치 않은 것처럼 되었지만, 옛날에는 자식을 생산하지 못한 사람을 측은하게 여겼으며, 아들을 못 낳고 딸만 있는 가정에는 딸이 부모에게 효도를 많이 해주고, 정도 더 있다며 위로를 해 주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자녀들을 키워서 노후에 자식들 덕분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기대는 아예 하지 않아야 한다. 개미가 겨울을 나기 위해 준비했던 것처럼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준비해야하는 세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으니 곧 현대판 개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