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공모 당선작 발표
2023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공모 당선작 발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01 15:22
  • 16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부문 차수현 ‘산책’·디카시 부문 정병윤 ‘뜸’ 선정

경남도민신문과 시와편견, 한국디카시학이 문화와 예술의 도시 진주에서 지역 문학의 자긍심을 드높이기 위한 ‘2023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특히, 이번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는 국내 일간지 최초로 디카시 부문을 마련해 디카시 장르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2023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는 시와 디카시 두 부문으로 지난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작품 접수를 진행했으며 공정한 심사를 거쳐 당선작을 선정했다.

각 부문 당선자에게는 상금 3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지며 당선자는 기성 시인으로 대우하며 앞으로 작품 활동을 적극 지원받게 된다. 당선작은 다음과 같다.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차수현 ‘산책’

산책
 

환상적인 날씨입니다 혀 내밀고 내달리기에
나는 줄을 당겨 바람을 가릅니다 간신히 기어 나오는 웃음

좋은 날입니다
죽어가는 사람 목줄 채우기에

느껴봐 온통 살아 있는 것 투성이야
냄새만 맡아도 꿈틀대는 흙, 돌, 풀, 눈 뜬 벌레, 죽은 자의 혀가 잘린 그림자, 산 사람의 입을 뗀 발자국 그곳에서 영靈을 찾는 발자국 발자국들

천사 같은 아이들이 하나둘 따라붙어 나팔을 붑니다
터져버릴 풍선 같은 주인 여잘 놓칠세라 나는 줄을 힘껏 당깁니다

봄눈의 생사가 움찔대는 건 입춘이 지나서라지

마지막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노파가 말합니다

검은 새들이 나란히 나란히 그 중, 유일한 흰 새 한 마리 보입니다
검은 눈들이 나란히 나란히 그 중, 유일한 흰 눈 한 알 보이지 않습니다

유일한 ㅁ ㅗ ㄱ을 그었거든요

달리는 남자 위로, 만보 걷는 여자 위로, 쌩 지나가는 자전거 위로, 갑자기 우산을 펴는 여학생 위로 뚝 뚝

서둘러 서둘러야 했어

나는 더 이상 당겨지지 않는 바람을 가릅니다

그처럼 깨끗하게 죽은 사람 처음 봤다지 어찌나 핥아줬는지 얼굴이 말갛더래 봄꽃 마냥

주인 여자와 어깨를 부딪친 노파가 입을 뗍니다

자,
당신의 앞발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서둘러 두드리세요 그녀가 사는 옆집 대문을


똑 똑 똑 산책할 시간입니다

 

_ 차수현
서울출생 대전 거주
한남대학교사회문화행정복지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2020년)

▲시 부문 심사평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를 경쾌하게 표현

신춘문예 시 부문 작품 심사를 하고 있는 황정산 평론가와 신미균 시인.
신춘문예 시 부문 작품 심사를 하고 있는 황정산 평론가와 신미균 시인.

경제난과 아직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등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비 시인이 창작의 열정을 멈추지 않고 신춘문예에 응모해 왔다. 시를 쓰겠다는 사람이 많은 것은 그만큼 우리의 문화 역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더러 시인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들을 하지만 시인이 많은 사회는 정치인이나 투기꾼이 많은 사회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회일 것이다.

214명의 시인 지망생이 총 1589편의 시를 응모해 왔다. 그중 23명의 시 134편이 본심에 올라왔다. 두 명의 심사위원이 오랜 시간 검토하여 이영숙의 ‘태풍주의보’, 서승한의 ‘30 큐브 레이아웃’, 차수현의 ‘산책’, 홍여니의 ‘그림자 구조대’ 이 4편의 작품을 최종심에 올렸다. 이영숙의 ‘태풍주의보’는 이미지는 선명하고 표현이 매끄러우나 시적인 시상의 새로움과 시적 표현의 참신성이 부족해서 제외되었다. 홍여니의 ‘그림자 구조대’는 주제 선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지만 그에 따르는 사유의 깊이를 전개해 내지 못해 최종심에 오르지 못했다.

서승한의 작품과 차수현의 작품 두 편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오래 고심했다. 두 편 모두 표현의 참신성과 주제의 밀도가 장점이어서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서승한의 ‘30 큐브 레이아웃’은 어항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의 한 측면을 형상화해내고 있다. 특히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우리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시적 기교를 보여주는 등 오랜 창작의 숙련 기간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진 문장들이 흠이었다.

결국,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차수현의 ‘산책’을 선택하는 데 합의했다. 차수현의 작품에서는 뛰어난 언어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산책하는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경쾌한 언어가 반대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말해주고 있는 시적 아이러니가 잘 살아 있어 시의 주제 의식을 강화해 주고 있는 점이 큰 장점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이 작품은 속도감 있는 이미지의 전환이 작품 전체에 리듬감을 만들어 내고 있어서 운문의 효과를 아주 잘 살려내고 있다. 오랜 수련 과정을 거친 듯한 작품의 완성도와 신인으로서 보여주는 참신한 패기가 모두 함께 느껴지는 작품이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와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의 밀도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이런 좋은 작품을 이번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선정하게 되어 기쁘고 뿌듯하다. 앞으로의 활동이 크게 기대된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심사위원-황정산 평론가, 신미균 시인

-------------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디카시 부문 당선작-정병윤 ‘뜸’




혈을 뚫는 의연한 말씀
얼굴도 모르는 당신
보고 싶습니다
인연이라는 화두는 가슴에 묻어두고
 

_ 정병윤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원 졸업
불어번역 전문가

▲디카시 부문 당선작 심사평

순간 포착과 순간 언술의 융합성이 두드러진 수작

디카시 부문 심사를 하고 있는 이상옥 한국디카시연구원 대표, 이어산 한국디카시학 발행인, 박우담 이형기 시인 기념사업회 회장.
디카시 부문 심사를 하고 있는 이상옥 한국디카시연구원 대표, 이어산 한국디카시학 발행인, 박우담 이형기 시인 기념사업회 회장.

디카시는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캐나다, 인도, 베트남 등 해외로도 확산돼 K-컬쳐로서 문학한류로까지 자리잡고 있다.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남지부, 이형기디카시신인문학상, 개천예술제 디카시백일장, 디카시 전문지 ‘한국디카시학’ 등이 모두 진주를 거점으로 하고 있는 가운데, 경남도민신문이 일간지 최초로 2023 디카시 신춘문예를 전격 도입했다.

이번 디카시 신춘문예는 5편 이상 응모 가능한 방식으로, 응모자는 264명이고 총 응모작은 1928편이었다 어떤 응모자는 디카시집 한 권 분량인 50편을 응모하기도 했을 만큼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 장르인 디카시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디카시공모전은 응모한 작품 중에서 정체성에서 어긋나는 것과 응모자 이름을 밝힌 것 등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사진을 설명하는 언술로 그치는 작품도 예상 외로 많아 아직 디카시에 대한 이해나 창작 방법이 제대로 숙지되지 못한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전체 응모 편수가 말해주듯, 열기는 대단했고, 그 중에서 뛰어난 작품들도 상당수여서 심사위원들은 디카시의 미래가 매우 밝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1차 예심에서 통과한 작품 200편 중에서 2차 예심에서 다시 50편으로 선정해 최종심에는 ‘기자의 시선’, ‘가장 뜨거운 말’, ‘뜸’ 3편이 올랐다.

‘기자의 시선’은 부채살처럼 지상으로 펼쳐진 화초를 기자의 시선으로 처리하는 안목이 신선했지만 언술이 주제를 구체화시키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가장 뜨거운 말’은 ‘말’의 조합, 이중성, 역설 등이 빛났으며, 겨울 눈 속에서도 따스한 휴먼 정서가 정갈하게 제시돼 당선작으로 밀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선작을 ‘뜸’으로 선정하는데 심사위원의 이견이 없었다. ‘뜸’은 우선 유니크한 사진영상의 강한 임팩트가 눈길을 끌었다. 밥공기에서 피어 오르는 김이라는 언표를 ‘혈을 뚫는 의연한 말씀’이라고 극적 메타포로 제시돼, 디카시의 정체성으로서의 순간 포착과 순간 언술의 융합성 또한 두드러졌다. 밥공기에 피어오르는 김을 말씀 혹은 뜸으로 순간 읽어내는 힘도 돋보였다. 최초로 시행되는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가장 비중을 둘 수밖에 것은 문자시와 달리, 극순간 멀티 언어 예술이라는 디카시의 정체성이다. 이 점에 먼저 ‘뜸’이 부합했고, 나아가 작품 속에 압축적으로 제시된 제의적 서사 또한 의미구조를 확장한다. 뜸이라는 것은 한방에서의 치유적 의미의 표상으로 시적 화자의 정서에도 관여한다. 혈육이라는 인연 속에서도 얼굴도 모르는 당신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굴곡진 생의 심연을 드러내기도 하고, 불교에서의 구도적 본질의 탐색 여정도 엿보이며 안타까움과 그리움의 염원이 기도로 하늘에 닿는 듯하다.

최초의 일간지 디카시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다. 일간지 최초의 디카시 신춘문예 당선자 정병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디카시인으로 일가를 이루기를 바란다.

▲심사위원-이상옥 한국디카시연구원 대표(위원장), 이어산 한국디카시학 발행인, 박우담 이형기 시인 기념사업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구수영 2023-01-02 14:31:24
축하드립니다 정병윤 시인님 차수현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