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황주현 당선자 인터뷰
2024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황주현 당선자 인터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4.01.01 15:32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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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하고 있는 황주현 시인. /이용규기자

고교 문예반 활동으로 글쓰기 시작

시는 세상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
공감의 속도가 짧은 시를 쓰고 싶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자영업(생활용품 전문할인점 ‘다팜 아울렛’ 대표)을 하고 있는 황주현입니다. 화성문인협회 회원으로, 그리고 ‘덤’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춘문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당선 연락을 받고 한 3일간은 믿기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신춘문예를 도전했습니다. 목표는 최종심에 한곳이라도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후년에 딱 한 번만 더 도전할 요량으로 욕심을 비웠습니다. 일주일쯤 지나니 당선이 현실적으로 와 닿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당선 소식을 전하고 싶은데 참는 게 쉽진 않았습니다. 어떤 좋은 일이든 행운이 늘 몇 몫을 한다는 생각과 결과는 겸손하게 받아들이자는 지론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당선작인 본인의 시에 대해 간단히 소개 바랍니다.
▲당선작 ‘화살표의 속도’는 주위에 숱하게 있는 화살표 얘기입니다. 화살표를 통해서 무의식의 세계가 늘 습관과 통념으로 길들여진 의식의 세계를 지배하는 일상의 한 단면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매장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화살표가 어떤 장소와 위치와 경로를 통제하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분은 화살표를 본능적으로 믿고 따르고 있지만 이면에 화살표를 부정하고 의심하고 거슬러 가는 특이한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현상들을 발견하면서 화살표가 우리들의 일상에 투철한 기능과 역할이 분명 있지만, 역으로 화살표에 철저히 구속된 나약한 인간의 한 단면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요.
▲세상의 모든 기호나 문자는 인간의 편리성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 도구들은 단순히 그들만의 보편적인 역할에 그치질 않습니다. 그들 나름대로 진화하고 발전합니다. 그 진화와 발전의 속도만큼 그것을 활용하는 인간의 기능과 판단과 인지는 좁아지고 상실되어 가고 있다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시를 처음 쓴 게 언제였나요?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경북 안동에 소재한 경안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문예반 특활활동을 하면서 글쓰기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안동 시내 여섯 개의 남자고등학교 학생으로 이루어진 학생문학써클 ‘맥향’에 가입하면서 공부보다는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것 같습니다. 정기적인 시화전과 낭독회, 그리고 학교 교지 편집위원을 하면서 글 쓰는 친구들과 어울렸고 그때 함께 했던 선후배들이 지금 문단에서 열심히 자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이영광 시인, 피재현 시인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대략 발표하거나 보관하고 있는 시가 몇 편 정도나 되나요? 그중 대표적인 시나 특별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네 좀 더 기다림이 필요하거나 수시로 들여다보고 정을 붙일 시들은 30여 편 됩니다. 그리고 나름 탈고된 작품을 첫 시집으로 엮어도 무방한 작품들은 100여편 되고요. 특별히 애정이 가는 시는 올해 예천내성천 전국문예공모전 대상작인 ‘고평역 가는 길’과 경북문예공모전 최우수작인 ‘경북선 물소리 배차 시간표’입니다. 경남도민신문 신춘당선작인 ‘화살표의 속도’도 이제 저의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시를 쓸 때 주로 영감은 어디에서 찾고 시상(詩想)은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딱히 어떤 상황이라기보다 일상에서 언제든 무시로 오는 것 같습니다. 시선이 오래 머물거나 다시 뒤돌아보게 되는 어떤 지점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대부분 살아가면서 잔상으로 남아 있거나 표현하지 않았던 날것들이 많습니다. 그럴 땐 즉시 핸드폰에 한 줄이든 두 줄이든 아니면 한 단어라도 메모해 저장합니다. 아주 강하게 나를 건드리고 놓아주지 않는 어떤 무거운 감정이 솟을 때는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한 편의 시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시들은 완성도는 좀 덜하지만 투박한 그대로가 좋아 그냥 그대로 탈고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시를 쓰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분의 시가 있다면 누구였을까요?
▲영향을 주신 분은 제가 어릴 때 돌아가신 아버지입니다. 아버지의 부재는 뭔가를 긁적이게 했습니다. 뭔가 긁적인다는 행위는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글쓰는 습관이 만들어졌고 자유롭고 조금은 각별한 나만의 세계를 만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셨던 윤석산 시인님은 오래도록 제게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아버지 같은 분이십니다.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시편들은 8년 만에 낸 안도현 시인님의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 둘 수 있게 되었다’에 수록된 거의 모든 시들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시를 쓰는 일이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살다가 넘어졌을 때입니다. 용케 그때 가져다 썼습니다. 먹고 사는 일에 치여 한 20여 년 동안 시를 외면했지만 늘 시는 제 언저리를 맴돌아 주었습니다. 제게 있어 시의 덕목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시란 어떤 것일까요.
▲먼저 놀라운 사유의 발견이 있는 시입니다. 생소한 경험이지만 낯설지 않은 시입니다. 내 얘기가 아니었지만 내 안으로 들어와 똬리를 트는 시, 그런 시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내려다 보거나 올려다봅니다. 결국,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시라는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 ‘좋은 시’라는 것은 제가 ‘쓰고 싶은 시’이기도 합니다.

-시인에게 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시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거울 앞에 서면 매번 다른 내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거울 속으로 빠지기고 하고 겹겹의 거울 속에 나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표정으로 쓰는 일기 같은요. 단 하루도 세상은 같은 날이 없습니다. 매번 다른 날씨들은 세상의 표정을 읽습니다. 시는 낮고 높고 쓸쓸하고 무겁고 어둡고 차가운 곳에 유난히 오래 머물다 갑니다. 그런 날은 세상의 거울이 아주 두꺼워야겠지요.

-시인 등단을 꿈꾸는 많은 예비 시인들이 있습니다. 그분들께 선배로서 조언해 주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습니다. 전 늦깎이 신춘신인이고요. 이제 막 시작입니다. 함께 손잡고 가는 거죠. 제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굳이 한 말씀 드린다면 “끝까지 시를 손에서 놓지 마세요”

-앞으로 어떤 시를 쓰고 싶나요.
▲공감의 속도가 짧은 시를 쓰고 싶습니다. 시 한 편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 시보다는 공감대의 평수가 좁은 다락방 같은 시, 그리고 다시 그 시를 만났을 때 조금 더 오래 머물러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 결국 독자가 함부로 주인이 되는 시를 쓰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형하선기자·사진/이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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